아직 익숙하진 않지만 스트리트퍼니처(Street Furniture; 거리 가구)가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휴지통, 벤치, 가로등, 공중전화부스 등 거리에서 만나는 '하찮은' 시설물들이 '거리의 공공예술'로 새로 태어나 도시의 아름다움과 품격을 높이는 결정적 요소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스트리트퍼니처 가운데에서도 단연 주목받는 '주제'가 다름 아닌 물(水)이다. 물을 잃고 콘크리트 건물과 도로뿐인 도심에 인공 수로를 내고 거리의 휴식공간으로 만드는 도시 디자인 사업이 유럽과 일본을 거쳐 대구를 비롯한 국내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쇼핑몰에서…
3만 4천705㎡의 부지를 가로지르는 180m의 운하가 있다. 쇼핑몰, 극장, 호텔, 식당가 등 모두 6개 건물로 이루어진 복합 문화·예술 공간을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체가 바로 물이다. 운하를 따라 길이 이어지고 그 한가운데 붉은색 미니 광장이 나타난다. 음악에 맞춰 수십m까지 치솟는 분수 쇼가 열리고 콘서트, 연극 같은 다양한 무료 공연이 사시사철 끊이지 않는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도시 속의 도시라 불리는 '캐널시티'의 풍경이다.
1996년 4월에 문을 연 캐널시티는 후쿠오카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다.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의 일본 최대 상업 공간으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쇼핑 시설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캐널시티는 굳이 쇼핑이 아니더라도 도시락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물을 즐기는 사람들로 늘 만원을 이루며 후쿠오카 시민뿐 아니라 이곳을 찾는 세계 많은 관광객의 휴식처 역할을 한다. 도심 한가운데 '물'이라는 원초적 자연 환경을 만드는 것만으로 끊임없이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는 것이다.
◆인도와 공원에서…
타워브리지에서 런던브리지로 이어지는 영국 템스 강변로. 시내 쪽으로 한 발짝만 더 들어가면 인도 위를 흐르는 미니 수로가 눈에 들어온다. 고작 20cm 남짓한 좁은 수로지만 시내 고층 건물을 사이에 두고 유유히 흘러가는 물길이 마음의 여유를 준다. 100m쯤 이어진 수로는 런던 시청 광장의 분수대와 만나고, 따뜻한 날이면 물놀이에 정신이 없는 어린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곳은 2002년 '모어 런던 프로젝트'에 의해 시청, 금융, 컨설팅 등 7개의 사무용 건물이 새로 지어지고, 극장·카페도 줄지어 늘어서 있는데, 딱딱한 회색빛 건물이 물을 만나 생기를 되찾은 듯한 모습이다.
런던 도클랜드 주빌리 공원에서도 돌담을 쌓아 만든 수로가 주변 부두와 어우러져 활기를 주고 있다. 도클랜드 또한 런던에서 유일하게 현대식 30, 40층 건물이 수두룩한 초고층 지대지만 그 한가운데 만든 공원과 수로가 자칫 삭막해지기 쉬운 이곳의 숨통을 틔우고 있는 것이다.
◆지금 대구에서는…
2009년 인천과 대구에서도 도심 한가운데 수로가 뚫린다. 미국 게일사와 포스코건설의 합작사인 NSIC는 모두 2천700억 원을 들여 내년 3월부터 2009년 7월까지 송도국제도시 국제업무단지 중앙공원 안에 길이 1㎞, 면적 5만 1천522㎡ 규모의 커낼스트리트(Canal Street)를 조성할 계획. 수심 1.5m, 너비 12∼110m의 인공 수로를 조성하고 인공수로 변에 커낼워크(Walk)를 낸다는 것이다. 커낼워크 주변에는 카페, 레스토랑, 쇼핑몰이 늘어서고 국내 최대 규모 수족관, 보트하우스, 박물관이 조화를 이룬다.
대구에서는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 유리로 덮인 수로가 등장한다. 2005년부터 계획을 세웠지만 재정 부족과 주변 상가 반발 때문에 무산됐던 '실개천'이 2009년 준공을 목표로 다시 추진되는 것. 반월당네거리~대구역네거리 1.05㎞ 구간에 현재 왕복 4차로(14.6m)를 왕복 2차로로 줄이고, 도로 양쪽의 보도를 5∼7m까지 늘린 뒤 유리로 덮은 폭 1∼2m의 실개천을 만드는 작업이다. 실개천 주변에 거리와 어우러진 가로수, 벤치 등을 새로 만들고 동성로와 교동시장, 패션주얼리 특구, 약령시 전통한방거리를 연결한다는 시 계획이 성공한다면 2011년 세계육상선구권대회를 맞아 대구를 대표하는 테마 관광 코스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일본 후쿠오카, 영국 런던에서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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