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귀환

화물을 가득 실은 두 척의 배가 바다에 떠있다. 그 중 한 척은 이제 막 출항 준비를 하고있고, 다른 한 척은 이미 항구에 입항한 상태다. 그런데 이 둘 중 출항할 배가 어느 것인지는 단번에 알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출항할 배를 향해서는 떠들썩하게 환송을 하지만 입항한 배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출범이 이렇게 환영을 받는 것은 人之常情(인지상정)이다. 앞 길이 얼마나 험난할지는 모르지만 거기에는 희망과 기대감, 그리고 모험과 미래가 두루두루 실려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배의 선장이 경험이 많고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라면 환영 인파는 더욱 열광할 것이다. 만약 그 배에 우리 모두의 운명이 실려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들은 매일매일 가슴 졸이며 항해 일지를 점검해야할 것이 아닌가.

이제 제17대 정부가 출항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여느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환영 인파는 부두를 뒤덮을 것이다. 그리고 닻이 올려지면 배는 머나먼 항해를 시작할 것이다. 그 배가 얼마나 寶貨(보화)를 가득 싣고 귀환할지는 모른다. 우리는 다만 난파되지 않고 돌아오기를 기다릴 뿐이다.

그러나 출항하는 배를 야단스럽게 환송하는 것은 잘못된 습관이라고 '탈무드'는 지적하고 있다. 출항할 배의 앞날은 풍랑을 만나 어떤 고난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떠들썩하게 환송하는 게 이상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랜 항해를 끝내고 무사히 귀환한 배는 기쁘게 영접해주어야 한다고 한다. 어려운 역경을 뚫고 맡은 바 책임을 완수했기 때문이다.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이(Odyssey). 그러나 그의 바닷길 귀환은 험난했다. 다만 온갖 유혹을 뿌리치고 그는 부인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初心(초심)을 잃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귀환은 출항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창대하리라.' 는 성경 말씀처럼 제 17대 정부는 '新(신)발전체제'라는 엔진을 달고 5년 뒤 오디세이처럼 당당하게 귀환하길 바란다.

출항도 하기 전에 귀환부터 얘기하니 너무 성급한가. 그러나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만큼 이번만은 화려한 大尾(대미)를 보고 싶다.

윤주태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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