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봉황

惠子(혜자)가 梁(양)나라 재상으로 있을 때 莊子(장자)가 그를 찾아가 보려 했다. 어떤 이가 혜자에게 "장자는 이제 자네를 대신해서 양나라 재상이 되고자 하오"라고 말했다. 혜자가 겁을 먹고 장자를 찾아 온 나라를 사흘 밤낮을 뒤졌다. 이에 장자가 혜자를 찾아갔다. '남방에 새가 있는데 이름을 원추라 하네. 자네는 아는가? 그놈은 남해에서 북해로 날아가는데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도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도 않으며 醴泉(예천:물맛이 단술처럼 단 우물)이 아니면 마시지도 않네. 그런데 마침 소리개 한 마리가 썩은 쥐새끼를 가지고 있다가 원추가 지나가는 것을 우러러보고, 헉 하고 성을 내어 소리를 질렀다 하네. 마찬가지로 자네는 이제 양나라 재상을 가지고 나를 성내게 하려는구려.'〈장자 秋水篇(추수편)

여기서 '원추'는 '봉황'을 말한다. 중국 전설에 나오는 상상의 새로 용'기린 등과 함께 고귀함과 상서로움의 상징물이다. 여러 설이 있지만 앞부분은 기린, 뒷부분은 사슴, 목은 뱀, 등은 거북, 용의 무늬, 오색 깃털에 5音(음)으로 된 묘한 음색을 가진 靈鳥(영조)로 알려져 있다. 옛 중국에서는 용은 황제, 봉황은 황후의 상징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조 때 봉황의 기품 있는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금이 지녀야할 덕목이라고 여겨 임금의 상징으로 삼았으며, 오늘날에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청와대에서 봉황 무늬 標章(표장)을 없앨 것을 지시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측근은 앞으로 5년간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일하겠다는 당선인이 봉황이 너무 권위주의적 상징물이라는 차원에서 폐지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 대통령이 참석하는 장소, 대통령이 타는 항공기와 자동차 등 교통수단, 대통령이 수여하는 임명장과 표창장 등에서 봉황이 사라질 전망이다.

그러고 보니 재작년 연말 두 마리의 봉황새 아래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의 이름이 새겨진 골프공이 물의를 빚은 사건이 있었다. 중동 순방에 동행했던 기업인이 만들어 보낸 것으로 곧 폐기처분되기는 했지만 한동안 이 전 총리의 '봉황의 꿈'이 도마에 올랐다. 1967년 대통령 표장에 관한 공고 제정 이후 대통령의 상징이었던 봉황은 이제 4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참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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