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종문의 펀펀야구] 무승부제 폐지에 거는 기대

프로야구에서 무승부 방식은 좀더 일찍 논의되었어야 할 제도였다. 1980년대 이전에 있었던 밤12시 통행금지 제도가 지금은 낯설어진 것처럼 시대와 환경에 어울리지 않는다. 늦은 밤 귀가를 해야하는 팬들의 입장을 고려하고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은 이제는 진부한 발상이 되었다.

우선 연장전이란 자체가 무기를 소진해버린 전투에서 최후 수단인 백병전이나 다름없다. 일선의 전투로 가름되지 않은 이때쯤의 승부는 더그 아웃에 대기한 보충 선수들의 대결로 이어지다가 최후에는 엔트리에 등록된 모든 선수(현행 26명)들의 싸움으로 결판이 날 것이다.

상상해보라. 야구에서 양팀의 엔트리가 모두 나와 총력전을 벌이는 진정한 승부를 본 적이 있는가 말이다. 많지도 않겠지만 없지도 않을 이런 승부는 그 파급 효과가 예상보다 클 것이다. 늦은 밤 관중도 없는데 야구를 왜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관심이 없을까?

팬들은 잠이 깬 새벽부터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할 것이고 늦은 밤 진행되는 경기가 TV로 중계된다면 모처럼의 흥미진진한 승부에 매료될 것이다. 이때쯤이면 이미 보호되어야할 선수는 모두 제외되어 있을 것이고 평소 잘 뛰지 못한 선수들로 구성될 텐데 그 재미 또한 쏠쏠하고 그들도 중요한 순간의 주역이 되어 있을 터인데 왜 전력을 다하지 않겠는가?

1점의 승부 자체와 그 승부의 중요성도 긴장감을 더해줄 것이고 다음날 경기에 대한 감독들의 대처 능력 또한 관심이 갈 것이다. 어쩌면 경기시간이 단축될 가능성도 있고 더 극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1점을 뒤진 9회말 무사 주자 1루나 1, 2루의 상황에서 더 공격적인 입장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장전에서 필요한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면 이기든 지든 9회 기회에서 승부를 끝내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더 나아가 현재의 투고타저 현상이나 한 타자만 상대하는 투수 소모전 현상도 조금씩 개선할 것이다. 모든 팀들은 두터운 선수층을 조성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투수보다 야수들의 보강을 예전처럼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26명으로 제한된 엔트리에 투수들의 편성 비중이 보통 10명에서 11명이고 포수가 2, 3명이이어서 야수의 비중은 11~13명. 이중 야수 7명은 반드시 경기에 출장을 해야 하니 예비전력은 4~6명 정도이다. 야수전체를 다 바꿀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 상대적으로 투수의 비중을 줄이지 않으면 안된다.

이는 경기 양상의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연간 몇 경기 되지 않는 연장전 경기가 무슨 영향을 미칠까 싶지만 만일을 대비하는 코칭스태프의 입장에서는 완전히 다른 과제인 것이다.

프로야구 현안을 다루는 최근 이사회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김재하 단장이 무승부제도 폐지안을 내놓았다. 선수들의 부담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프로야구의 중흥을 위해서 시급한 발상이다. 끝까지 살아 숨쉬는 야구가 팬도, 구단도, 선수도 살릴 것이다.

최종문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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