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현정부와 차기정부 衝突, 볼썽사납다

현정부와 차기정부가 또 충돌했다. 기업투자 촉진을 위해 투자액 중 일정액을 세금에서 공제하는 임시투자세액 공제제도를 놓고서다. 經緯(경위)야 어찌 됐건 볼썽사납다. 대통령직인수위는 지난해 말로 시한이 만료된 임투 공제 1년 연장을 정부에 요청했으나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시한 연장이 제외됐다. 이에 인수위는 차기정부 출범 직후 시행령을 개정해 올해 1월 투자분부터 소급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정부는 세액공제 혜택의 80%가 대기업에 집중되는데다 세수 부족을 야기한다며 인수위의 요청을 거부했다. 또 실제 투자진작효과가 의심스러운 제도를 매년 연장하는 것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인수위는 국내총생산(GDP) 0.2% 성장, 일자리 2만 1천 개 창출 등의 경제적 효과 외에 기업투자심리 안정에도 기여한다며 제도 연장을 주장했다.

한시적 제도인 임투 공제는 조세정책의 원칙을 흔들고,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공제혜택의 대부분을 대기업이 누리는 것도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인 것은 틀림없다. 그래서 기간이 연장될 때마다 논란을 불렀다. 하지만 임기 내내 임투 공제의 일몰을 연장하며 '변칙'을 일삼은 현정부가 '원칙'을 내세우는 건 우습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참여정부가 임투 공제로 깎아준 세금은 무려 9조 5천여억 원이다. 따라서 현정부가 인수위의 요청을 묵살한 것은 '원칙'이 아니라 '몽니'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현정부와 차기정부가 으르렁댈 만큼 한가하지 않다. 고유가와 더불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실물부문에서 금융부문으로 옮겨가면서 미국과 세계경제의 불황이 가시화하고 있다. 인수위의 '越權(월권)'도 문제지만, 현정부의 '몽니'도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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