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에서 노어노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이따지아나(28·여) 씨는 고려인 3세다. 그녀가 한국에 온 지 올해로 3년째. 태어나 20여 년을 자란 러시아보다 한국이 더 친숙하다고 했다.
"어디서나 쉽게 맡을 수 있는 김치며 된장 냄새가 할아버지의 품처럼 포근하게 느껴졌어요."
2006년 러시아 꾸반대와 경북대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해 첫 외국 나들이를 한국으로 택한 그녀는 졸업과 동시에 다시 한국땅을 밟았다. 현재는 석사과정을 마치고 논문을 쓰고 있는데 기회가 되면 박사과정을 공부하면서 한국 학생들에게 러시아를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녀에게 한국은 단순하게 '할아버지의 나라'로만 머물지 않는다. "어렸을 때 러시아 친구들이 너는 왜 눈이 작으냐고 놀렸어요. 울며 집으로 돌아와 한국이란 나라를 세계지도에서 찾아보기도 했어요."
부모님은 집안에서 러시아말과 한국말을 섞어 썼지만 한국인다운 예절을 가르쳤다고 한다. 아버지가 숟가락을 들기 전에는 식사를 하지 못했고, 걸음걸이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부모님은 한 술 더 떠 외국인과의 결혼은 승낙할 수 없고 한국인과 결혼하길 원했다.
그는 한국에서 평생 옆을 든든히 지켜줄 '배필'을 만났다. 지난해 7월 결혼식을 올렸는데, 우연찮게 남편 역시 같은 고려인이다.
고려인 5세인 남편 니 알렉세이(28·우즈베키스탄) 씨는 한국말이 서툴지만 윗대 할아버지의 이민사를 줄줄 꿰고 있었다. "1880년대 4대조(祖) 할아버지가 블라디보스토크에 정착한 이후 고조할아버지가 1차세계대전에 참전했어요. 1937년 가족들이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이주돼 71년째 그곳에서 살아왔어요."
현재 경북대 기계공학과 박사과정(2007년 입국)을 밟고 있는 그는 한국에 남아 자동차 엔진 연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90년대 초반 러시아가 개방되면서부터 한국기업이 많이 들어와 한국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었어요."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며 고국에서 '꿈'을 일궈가는 젊은 고려인 부부. 그러나 이들과 달리 세대가 바뀔수록 많은 고려인 젊은이들이 고국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고 했다.
알렉세이는 "많은 고려인들이 한국문화나 말을 모른 채 살고 있다."며 "러시아방식으로 생각하고, 러시아인으로 살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라며 안타까워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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