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株價)가 날개를 잃어버렸다.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코스피지수 2,000을 뚫어냈을때만 해도 '곧 3,000까지 문제없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21일 코스피지수는 1,700마저 무너져내렸다.
가장 속이 쓰린 것은 역시 주식 직접투자자들. 하지만 '직접투자보다 안전하다'는 이유로 들어갔던 국내주식형펀드도 원금을 까먹기 시작했다.
국내 뿐만 아니다. 미국을 선두로 해외 주식시장이 폭락세를 이어가는 중. 해외주식형 펀드 가입자들도 망연자실하고 있다.
하지만 폭락장세속에서 "나는 플러스 수익률"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무슨 펀드에 들었을까?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여기는 원금 깨지는 소리
국내외 증시의 단기 폭락으로 투자 원금을 까먹고 있는 주식형펀드가 절반 이상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1일 자산운용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설정액 100억 원 이상인 공모 주식형펀드 596개 중 지난 17일을 기준으로 순자산총액이 설정액을 밑도는 펀드는 322개로 전체의 54%를 기록했다. 설정액은 펀드 투자자가 운용사에 맡긴 투자원금, 순자산총액은 펀드의 현재 가치로 설정액에다 운용수익을 더한 것.
따라서 수익이 생겼다면 순자산총액은 설정액을 웃도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주가가 하락해 펀드의 손실폭이 커지면서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장사로 따지면 본전을 까먹은 것이다.
'본전을 까먹은' 주식형펀드 322개 중 173개(54%)가 국내 주식형펀드, 나머지 149개(46%)는 해외 주식형펀드다. 지난해말 증시가 고점을 찍었을 때 자금이 크게 몰렸던 인기 펀드들은 원금 손실 규모가 더 크다.
주식형펀드 중 최대 규모인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1ClassA'는 순자산총액(2조 9천304억 원)이 설정액(3조 7천655억 원)을 22% 이상 밑돌고 있다.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3ClassA', '봉쥬르차이나주식1' 등도 순자산총액과 설정액이 10~20% 가량 역전된 상태.
국내 주식형펀드는 펀드의 현재 가치인 '전체 순자산총액(69조 5천524억 원)'이 투자원금을 뜻하는 설정액(71조 1천538억 원)을 지난 16일부터 역전했다.
해외 주식형까지 포함한 주식형펀드 전체나 채권형 등을 합친 펀드 전체도 지난해말 20조 원 이상 벌어졌던 순자산총액과 설정액의 격차가 2~3조 원대로 줄어들었다. 증시 급락에도 불구,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설정액은 늘고 있지만 순자산은 줄고 있어 며칠가지 않아 뒤집힐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저기는 돈 불어나는 소리
모든 펀드가 '박살'나는 것은 아니다. 주식시장과 상관 관계가 낮은 펀드는 선전하고 있다. 최근 6개월간(2007년 7월18일~2008년 1월18일) 한·미·일 3국의 주요 지표인 다우·코스피·니케이225가 각각 -12.6%, -10.2%, -23.1%로 떨어졌지만 인도 및 아시아지역 인프라에 투자하는 'CJ아시아 인프라펀드'의 경우, 오히려 7%가 넘는 수익률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지수가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승 추세가 뚜렷했다. 우리Commodity 인덱스, SG골드마이닝 주식 등의 6개월 수익률은 각각 10.9% 및 16.8%의 양호한 수익률을 냈다. 최근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회피현상이 심해진 가운데 원유·금 등 실물자산에 대한 서호도는 오히려 올라가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또 전환사채(CB)의 특성을 활용, 주식시장의 하락세가 커질 때는 채권의 기본적 가치로 안정성을 추구하고 상승장일때는 주식으로 전환, 수익성을 추구하는 '한화 아시아 전환사채 펀드'도 최근 6개월 수익률이 6.3%로 투자자들의 눈을 동그랗게 만들고 있다.
미국(다우)·한국(코스피)·일본(니케이225)·중국(상해종합) 등 4개국의 6개월 평균 지수 상승률은 3.9%지만 CJ아시아 인프라 펀드, 한화 전환사채펀드, SG골드마이닝 펀드 등 4개 대안펀드 평균 수익률은 10.3%로 대조를 이뤘다. 중국을 제외시키면 3개국의 평균 지수 상승률은 -15.3%로 대안펀드의 진가가 더욱 발휘되고 있다.
최은창 CJ투자증권 상무는 "증시가 완연한 조정세가 들어감에 따라 주식시장과 상관관계자 낮은 펀드들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며 "주식 침체기에는 대안 투자를 통해 위험을 회피해야하는데 인프라펀드, 원자재펀드 등이 좋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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