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남북철도 不實운행 슬기롭게 풀어야

문산과 개성 봉동을 매일 오가는 화물열차가 결국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북측이 최근 열린 군사실무회담에서 "짐도 없이 오갈 바에야 운행 횟수를 줄이자"고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초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문산-봉동 간 시속 20∼60㎞로 매일 한 차례 화물열차를 운행한다는 군사보장합의서를 채택하고 운행을 시작한 지 불과 50일도 지나지 않았다.

북측의 운행 감축 제의가 정확히 어떤 의도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하지만 드러난 현상만 놓고 보면 엄청난 세금을 투입한 남북 철도 연결이 부실에 빠진 것은 명백하다. 몇 차례의 화물 수송을 제외하고 50일 가까이 텅 빈 열차만 왔다갔다하는 처지라니 납세자 입장에서는 이처럼 참담한 결과도 없다.

철로 안정화나 물류기반 확충을 위해 정기적 운행이 바람직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운행을 감축할 경우 철도 연결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국민도 다 안다. 그러나 현행대로 텅 빈 열차만 운행시키는 이상한 모양새도 우습다. 지금은 정부 입장대로 남북 철도 연결이라는 상징성만 강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운행 속도도 그렇고 개성공단까지 직접 철도가 연결되지 않을 바에야 차량 운송이 낫다는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목소리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내일부터 남북 철도협력분과위 회의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북측은 분명 화물열차 운행 방식에 대해 또다시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어렵게 성사된 남북 철도 연결이라 혹시 감축 운행이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정부가 조바심내는 것도 이해된다. 하지만 명분만으로 빈 껍데기 운행을 고집하기도 힘들다. 당분간 운행을 감축하되 개성공단 2단계 사업 시작으로 화물이 늘 경우 운행을 정상화한다는 조건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남북 철도 연결이 갖는 상징성도 중요하지만 실질을 무시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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