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 아직…

올해 일흔 된 친척이 새해 인사차 꽃꽂이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친척 말인즉슨 꽃선생님은 여든을 훌쩍 넘긴 분인데 칠십 노인인 자기더러 "차~암 젊다!" 를 연발하며 마냥 부러워하시더라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흔히 듣게 된다. '내 나이 10년만 젊어도 뭐든 할 수 있을 텐데"라는 말. 60대도, 70대도, 80, 90대도 하나같이 '10년만 젊다면…' 입을 모으는 사실이 재미있기도 하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어느 95세 노인의 글은 이런 '10년 타령'에 자극제가 될만하다. 젊었을 적 열심히 일한 덕분에 65세 때 당당한 은퇴를 할 수 있었다는 노인은 95세 생일날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퇴직 이후 인생을 덤이라고만 여겼는데 무려 30년이나 더 살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오래 살 줄 알았더라면 결코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하며 이제라도 어학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10년 후 맞이하게 될 백다섯 번째 생일날! 왜 아흔다섯 살 때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며.

'아직'이라는 부사는 참 묘한 뉘앙스를 가진다. '난 아직 멀었어' 식으로 부정적 용어가 뒤따라 오면 부정적인 의미가 되고, '아직도 많이 남았어'처럼 긍정적 용어가 오면 긍정적인 의미가 된다.

이시카와 도미야스라는 일본의 71세 된 산악인이 역대 최고령으로 세계 7대륙 최고봉을 모두 등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결심한 나이가 65세 때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희망이 오그라들 나이에 오히려 활활 잉걸불처럼 웅대한 꿈을 꾸었다니….

신달자 시인은 에세이 '여자는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진다'에서 가끔 나이를 물어오는 상대방의 표정에서 자기 나이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한다. 하지만 의기소침해하진 않는다. "~'벌써'라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이라고 단호히 말한다. 나는 아직도 여자이고 아직도 아름다울 수 있고 아직도 내 일에 대해 탐구해야만 하는 나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무자년 첫 달이 휙, 지나간다. 하지만 '아직도' 싱싱한 열한 달이 남아있다. 꿈을 키우기에 모자람 없을 시간 아닐까.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2002년 11월 6일 시작된 칼럼 '전경옥입니다'는 오늘자로 끝납니다. 지난 5년여 동안 많은 사랑 보내주신 애독자 여러분께 마음 깊이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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