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겋게 달아오른 철판이 뿜어내는 향기를 아십니까? 압연레일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철판을 보면서 오늘도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요."
사원번호 '133420', 품질기술부 민오식(53·사진)씨는 1일 창립 40주년을 맞은 포스코의 1만7천206명 전체 임직원 중 최고참 사원이다. 지난 1973년 3월 2일 입사했으니 이날로 근속 35년 1개월째다.
민씨는 경남 진주기계공고 3학년이던 1973년 당시 '포철'로 실습 나온 것이 계기가 돼 이듬해 졸업하자마자 정식 사원으로 입사했다. 그는 "입사동기가 11명이지만 모두 퇴사해 지금은 혼자 남았다"고 했다.
지리산 자락 경남 산청에서 직장 따라 포항으로 온 지 35년, 포항은 제2의 고향이 됐다.
"출퇴근 시간, 우리는 '똥바람'이라고 하는데 모래를 머금은, 마치 황사바람 같은 영일만 바람을 맞으며 '벤또'(도시락) 보따리 들고 제철소 정문에서 열연공장까지 1.9㎞를 걸어 오가면서 신세타령도 많이 했는데, 마지막 남은 1973년 입사자라고 하니 세월이 참 빠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쇠밥' 35년. 그에게 포스코는 어떤 의미일까. "포스코요? 정말 대단한 회사입니다. 여태껏 '하자, 해보자'라고 결정했던 일 중에 중간에 포기했거나 실패했던 일이 없는 것 같아요. 흔히들 포스코를 두고 '영일만의 기적'이라거나 '신화창조'라고 하는데, 저는 기적이나 신화가 아니라 포스코를 거쳐간 선배들과 지금 지키고 있는 재직 동료의 땀과 노력, 열정의 결정체라고 생각합니다."
30여년을 이곳에 있다 보니 이제는 공장 안 공기가 손가락 끝에 와닿는 느낌만으로도 조업상황을 대충 알 수 있단다. "느낌만으로 나오는 제품의 질도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지요. 하도 신통해 다른 사람들은 '열연귀신'이라고 부릅니다."
이제 정년퇴임을 3년여 앞둔 그의 마지막 계획은 뭘까? "열연귀신에서 더 진화해 '포스코 귀신'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창립 50년, 60년, 70년 행사 때 저도 행사장 맨 뒤 끄트머리 철제의자에 앉아서라도 회사의 성장사를 바라보고 싶어요."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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