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공기업 非理, 만날 적발만 하다 말건가

감사원이 어제 밝힌 31개 공기업에 대한 예비감사 결과,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인사비리, 분식회계가 공공연하게 이뤄졌음이 드러났다. 청년 실업과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한껏 움츠려진 사회 분위기에 이번 발표는 공기업이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세간의 비아냥을 다시 한번 증명한 것이다.

한국도로공사는 175개 영업소 운영권을 수의계약으로 퇴직자에게 넘겼다. 인사 적체를 해소한다며 고속도로영업소의 통행료 수납업무를 외주용역하면서다. '내 사람 챙기기'로 외주용역비 76억원을 과다 지급한 것이다. 합격자 바꿔치기로 문제가 됐던 증권예탁결제원 임원들은 법인카드로 3년간 8억여원을 유흥비와 골프 접대에 썼다. 한국조폐공사와 대한석탄공사는 직원 신규채용에서 순위를 조작해 특정인을 합격시키기도 했다.

공기업의 비리는 감사원 지적만으로도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여기에다 지난해 5월엔 공기업 감사 21명이 열흘 동안 공공기관 감사혁신포럼이란 이름으로 남미 3국을 관광했다 비난을 사기도 했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감시하고 경영 혁신에 앞장서야 할 감사들이 한통속으로 공기업 비리에 몸담은 모습을 보였다.

공기업의 불법과 비리는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 허탈감마저 느끼게 만든다. 과감한 경영개선과 엄정한 자체 감사기능의 행사를 위한 전문경영인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의 철저한 감사와 경영평가를 거쳐 기능을 통폐합하고 구조조정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 민간 경영이 가능한 분야는 민영화해야 한다. 감사원은 지방공기업까지 감사범위를 넓혀 연말까지 진짜 감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와 함께 공기업이 거듭날 수 있도록 발전적 방안도 제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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