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경북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중앙선관위 홈페이지(www.nec.go.kr)에 대구경북지역에 출마한 총선후보자들의 핵심 5대 공약을 뽑아 게재했다. 정책공약을 보고 유권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용률은 극히 저조하다. 공약을 보기 위해 홈페이지를 찾는 방문자 수가 하루평균 수십명을 넘지 않는다. 정책대결분위기는 일찌감치 실종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선관위관계자는 "각 당의 공천이 늦어지면서 후보자들의 공약도 부실하거니와 바람 선거가 심화되고 있어 정책선거 구도는 사실상 실종됐다"며 "후보자와 유권자가 정책대결에 관심을 갖기 전까지는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정책대결 없는 총선분위기는 총선후보들이 조장하고 있다. 집권여당 후보들은 친한나라당 정서에만 기대거나 아예 TV토론회 등에 불참하면서 유권자들의 정치무관심을 더욱 부추기고 했다. 아예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지는 않으면서도 '힘있는 여당후보론'을 주장하는 한나라당 후보들이 적지않다. 친박정서에만 기대는 후보들의 자세도 문제다. 유권자들이 관심이 낮다는 점을 파고들어 오직 '정서'의 자극에만 나서고 있다.
돈 선거와 조직 선거를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합동유세를 없앤 것도 유권자의 무관심에 일조하고 있다. 합동유세가 없어진데다 후보들이 TV토론회에 불참하는 사례가 늘면서 유권자들은 거리의 선거벽보나 선거홍보물만 보고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는 1일 한나라당 등 유력정당의 후보가 토론회에 불참하고 있는데 대해 "후보 간 정책과 공약을 비교할 기회를 없애는 것으로 유권자들에게 '묻지마 투표'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일부 한나라당 후보는 득표활동을 소홀히하는 등 유권자와의 직접 접촉기회를 스스로 줄이기도 한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당선될 수 있는데 힘들게 선거운동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아니면 감히 엄두도 못 낼 용기다. 대구 수성구의 한 후보의 경우 중앙당 일정을 핑계로 자주 선거구를 비운다. 다른 후보는 오후 9시 이후에는 득표활동을 하지 않는다.
2일 달서구 한 식당에서 만난 이상명(62·전직 공무원)씨는 "결국 다 한나라당 아이가~"라면서 "아무나 찍어도 저거들끼리 또 알아서 잘 안 하겠나"라며 선거이야기만 나오면 짜증이 난다고 했다. 이제 총선은 유권자들에게 무관심을 넘어 짜증나게 하는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는 듯하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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