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일현의 교육 프리즘] 교과서

"수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배들마다 교과서를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수능 고득점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교과서를 제대로 정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도 그 말을 믿고 교과서를 열심히 공부하려고 결심을 했습니다. 그런데 교과서를 아무리 읽어도 성적이 오르지 않습니다. 교과서는 참고서보다 내용이 빈약하고 설명이 간단하여 별로 얻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왜 교과서를 열심히 보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어느 고3 수험생이 교과서 읽기의 어려움을 토로한 말이다. 교과서는 입시공부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말한다. 교과서 속에는 내신, 수능, 논술 등에서 고득점 할 수 있는 모든 길이 제시되어 있으며, 그 길을 따라 내용을 독파하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최고봉에 이르게 된다는 말이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이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다. 교과서를 올바른 방법으로 공부하는 학생이 별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등산 붐이 일면서 많은 사람들이 산행 대열에 합류했다. 필자가 아는 어떤 분은 운동화만 신고 산을 뛰어서 오르내리다가 관절을 비롯하여 신체 여러 부위에 병을 얻어 고생을 했다. 동네 야산이라도 제대로 된 등산화를 신고 바른 보행법으로 산행을 해야 한다.

교과서를 펼치면 각 단원마다 학습 목표에 해당하는 '단원의 길잡이'가 있다. '단원의 길잡이'는 정상으로 가는 각 지점에서 무엇을 눈여겨봐야 할지를 안내해주는 종합 안내 표지판이다. 산 밑에서 등산 안내판을 보며 그 날의 산행을 구상하듯이 단원의 길잡이를 읽으며 본문에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공부해야 할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본문을 미리 읽어보는 예습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한다. 미리 읽어보며 잘 모르는 부분에 밑줄을 쳐서 수업에 참여하면 수업 집중도와 이해력이 훨씬 높아진다.

국어사전이나 영어사전을 구입해서 그 사전의 용례를 설명하고 있는 '일러두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여 읽어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러두기를 우선적으로 숙지하지 않으면 사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우리는 공부든 운동이든 아무 준비나 예비지식 없이 바로 본론으로 뛰어 들어가서 실패하는 경향이 있다.

'단원의 길잡이'를 염두에 두고 본문을 예습한 후,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설명에 열심히 귀 기울여 보자. 수업 시간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선생님께 질문하여 반드시 알고 넘어가는 습관을 형성하자. 그런 다음 참고서나 문제집을 통해 교과서의 기본 개념을 적용하고 응용하는 훈련을 하자. 문제 풀이 후 부족한 점이 있으면 교과서를 펼쳐놓고 기본 개념을 다시 음미하며 심화시키자. 교과서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정리 없는 문제풀이는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윤일현 교육평론가·송원교육문화센터 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