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군항제가 지난주 화려하게 펼쳐졌다. 다양한 행사가 있었지만 군항제의 핵심은 벚꽃이다. 벚꽃의 만개 자체가 자연의 화려한 축제다. 각종 인위적 행사들은 벚꽃의 장관에 비하면 사족일지 모른다.
진해시가 벚꽃의 도시가 된 것은 일제 강점기 때 진해를 군항으로 건설하면서 일인들이 벚나무를 대거 심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해방 직후엔 일본 국화라는 이유로 미움의 대상이 돼 많이 잘려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경관 좋은 해양도시에 잘 어울리는 데다 군사도시의 딱딱한 분위기를 해소하는 데 벚꽃만 한 것이 없었기에 벚꽃은 다시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집권 초기 박정희 대통령이 진해를 세계적인 관광휴양도시로 만들라는 지시에 따라 벚꽃 도시로 거듭났다는 얘기도 있다.
현재 진해시 일원에는 34만여 그루의 벚나무가 있다. 가로수 1만5천, 공원과 산지에 22만6천, 벚나무 단지에 2만3천여 그루가 심겨져 있고 각종 기관과 녹지대 등에 8만여 그루가 산재해 있다. 도시 전체가 벚꽃 화원인 셈이다. 몇 그루 활짝 핀 벚꽃만 해도 일품인데 수십만 그루의 벚꽃 화원에 잠긴다면 그야말로 환상적일 것이다.
벚꽃의 향연을 즐기기 위해 진해엔 2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벚꽃이 도시 브랜드일 뿐 아니라 주요 수입원이 되었다. 진해시는 벚나무를 지키기 위해 농업기술센터에 전담연구팀을 두는 등 집중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벚나무는 세계적으로 200여 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도 20여 종이 자생하고 있다. 진해에 주류를 이루고 있는 왕벚나무는 한국 토종이라고 한다. 일본 국화라는 배타심도 꽃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엷어진 지 오래다.
어느 곳에서도 잘 자라고 최고 20m 넘는 수고에 병충해에도 강해 가로수로 널리 식재되다 보니 전국적으로 벚꽃 명소가 급증했다. 크고 작은 벚꽃축제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진해 벚꽃에는 못 미치지만 쌍계사길을 비롯해서 서울 여의도'남산, 경포대, 군산 등 전국 수십 곳에 축제가 열리고 경주, 합천 등지서는 벚꽃마라톤으로 벚꽃을 자랑하고 있다.
나무만 잘 심어도 도시를 아름답게 바꾸고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관광객을 불러들여 돈도 벌고 도시 기상도 바꿀 수 있다. 무엇을 심을 것인가.
김재열 심의실장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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