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저동에 사는 김화순(88) 할머니. 그에게는 '국내 최고령 해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아흔을 앞둔 요즘도 할머니는 '현역'으로 동해바다를 누비고 있다.
19살 때 처음 해녀 일을 시작해 물질 68년째인 김 할머니는 제주도 한림읍 출신이다. 50여년 전 남편과 함께 울릉도로 이사와 제주 해녀에서 울릉 해녀로 소속을 옮겼을뿐 달라진 것은 없다.
김 할머니에게 바다는 애증의 근원이다. 평생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왔지만 그 곳에 금쪽같은 아들 둘을 빼앗겼다. 어부였던 두 아들을 10년 전 사고로 먼저 보낸 것. 하나 남은 아들은 육지로 내보내고 울릉도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남편은 3년 전 먼저 세상을 떴고, 깊은 물속에서 일하면서 얻은 골병탓인지 한쪽 시력도 잃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단 하루도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다며 그냥 그대로 울릉 바닷가에서 살고 있다.
희한한 일도 있다. 평지를 걸을 때 할머니의 허리는 거의 90도로 꺾여 있지만 물속에서는 허리를 쫙 편다는 것.'물개할매'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물속 생활만큼은 자연스럽고 재빠르다.
"내가 캐온 해산물을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준다는 기쁨이 있어 생을 다 할때까지 물질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강풍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나 한겨울이 아니면 할머니는 바다로 나와 6kg의 무거운 납덩이를 차고 수심 10m까지 내려가 미역이며 소라, 전복을 잡는 자맥질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김 할머니는 또 울릉도를 찾는 낚시꾼들에게 조황을 점치게 하는 안내자 역할도 하고 있다. 꾼들은 이른 아침 저동항 촛대암 오른쪽 낚시터 입구에 할머니가 벗어놓은 옷가지, 장갑 등이 있으면 대어를 낚는 날이고 할머니의 소지품이 없으면 헛손질할 공산이 크다고 믿을 만큼 할머니의 물질은 틀림이 없다는 정평을 얻었다.
"우리 애들 둘을 데려간 저동항 주변에 들어갈 때면 마음이 편한해 져. 애들을 만나는 것 같아." 오늘도 할머니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장비를 챙기고 있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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