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기는 쉬워도 어른다운 어른이 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사람은 태어나서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어른이 된다. 하지만 그릇되게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따끔하게 일침을 가할 만한 자격을 갖춘 어른은 많지 않다. 요즘은 어디에서든 소위 버릇없는 청소년들을 볼 수 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청소년들이 있어도 감히 나서지 못하고, 움츠러드는 나 자신도 어른다운 어른은 아닌 것 같다. 그럴 때면 "우리 어렸을 때는 안 그랬는데…" 하는 생각으로 씁쓰레하게 돌아선다.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걸 말해줄까? 너 그 노래 알지. '호밀 밭을 걸어오는 누군가를 만나면'이란 노래 말이야. 나는 드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장면을 항상 그려보곤 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신이 나서 무작정 뛰어놀던 꼬마들이 가파른 절벽 같은 데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달려가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한마디로 난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어. 바보 같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호밀밭의 파수꾼'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아무리 순수를 외쳐도 세상은 호밀밭으로 남아있지 않고, 그 자리를 밀치며 건물과 도로가 들어서고 있다. 편리를 추구하면 할수록 순수가 머물 곳은 좁혀지고 있다. 순수가 숨을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좁아져 가고 있다. 그럼에도 높은 곳에 남아있는 좁다란 호밀밭을 가꾸며, 그 성원들을 지켜내는 이들은 있어야 한다. 그 벼랑 아래로 순수한 이들이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 이들을 지켜주어야 할 어른이 필요하다.
어른다운 어른, 그야말로 아이들을 제대로 계도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어른, 지혜로운 어른이 필요한 시대이다. 그것은 아이들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그들에게 본을 보이는 일이다. TV채널권을 차지하려 아이와 다투는 어른이 아니라 먼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며, 슬그머니 아이들의 책상 앞에 명작 한 권쯤 놓아주는 그런 어른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고전은 읽을수록 새록새록 참 맛이 있다. 고전을 읽으며 나를 다시 들여다보며, 아이에게 고전을 권하는 멋진 어른의 모습이 나였으면 한다.
채승규 교보문고 대구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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