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대구시교육청으로부터 '0교시와 심화반 보충수업 운영 등을 하지 말라'는 공문을 받았어요. 그런데 바로 다음날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를 뒤엎는 조치를 발표하니 당황스럽지 않겠습니까."(중구의 한 고교 교사)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학교자율화 추진 계획'은 갑작스러웠다. 대구경북 교육청은 물론, 각 학교들도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만큼 교육계에 던진 파장도 메가톤급이다. 무엇보다 암암리에 이뤄지던 보충수업과 우열반 편성, 0교시 수업, 사설 모의고사 등이 제도권 안에서 허용됨에 따라 한동안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교과부는 이번 발표에서 '학교 자율화를 통한 공교육 경쟁력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획일적인 규제보다 자율을 통한 학교 간 경쟁을 택한 것이다. 이는 새 정부의 기본 정책 기조와도 맞아떨어진다.
상당수 학교장들이나 학부모들은 일단 이번 조치에 반색하고 있다. 북구 한 중학교 교장은 "학생들 성적이 수성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져 뭔가 학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보려고 해도 갖가지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모(43·여)씨도 "평소 불안해서 아이를 영어와 수학 학원에 보내고 있는데 학교에서 충분한 보충수업을 해준다면 그런 부담을 덜 것 같다"고 반겼다.
하지만 경제논리가 모든 분야의 '공통분모'가 될 수 있을까. 특히 교육은 더더욱 그러하다. 이른바 'SKY'로 대변되는 획일적인 줄 세우기가 만연한 현실에서 자율화는 '빛 좋은 개살구'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오히려 부작용만 더 키우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학교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우열반이 생길 경우 성적 좋은 학생이야 열심히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은 들러리가 된다"는 고교생 박모(17·대구시 동구 신서동)군의 말이 그래서 더욱 와닿는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시로 바뀌는 정책으로 정작 주인공인 학생들은 여기 치이고 저기 치이는 동네북이 되고 있다. 시·도교육청은 아무쪼록 이번 계획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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