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는데 쉬는 날만 많아봐야 뭐합니까?"(근로자 A씨)
"날수 적은 2월보다 일할 날이 더 적으니 올해 5월은 정말 잔인한 달입니다."(대기업 사장 B씨)
근무일과 휴무일 숫자가 비슷한 5월 달력을 펴놓고 산업체 곳곳에서 한숨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이 각각 사흘간의 연휴로 연결되는데다, 1일이 근로자의 날이어서 5월 한 달 동안 공휴일이 사흘이나 늘었기 때문이다.
포항·경주 공단을 비롯한 대다수 산업체의 21일 오전 주례 간부회의 주제는 '5월 2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이런 고민은 1일(근로자의 날) 쉬고 3∼5일까지 연휴인데 2일날 업무가 과연 정상대로 진행될 것인가 하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갑론을박 끝에 내린 결론은 교대로 돌아가는 생산현장은 정상근무하지만, 관리직은 연차휴가 사용을 권장하자는 것이었다. 제대로 된 업무성과를 기대하기 힘들 거라는 이유였다. 5월 한달간 정상 근무일수는 19일이다. 그런데 '샌드위치 데이'인 2일이 빠지면서 하루가 줄었다.
5월은 또 체육대회나 야유회·등반대회 등 직장과 관련 단체행사가 대부분 몰려 있다. 포스코건설처럼 희한하게도 회사나 노조의 창립기념일이 5월인 기업도 많아 하루 이틀 정도가 추가로 빠져 나가는 곳도 적잖다.
경북 동해안지역 대기업들의 경우 5월 한달 동안 순근무 일수가 16일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곳이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월급은 한달치가 나가는데, 일하는 날 수는 반달밖에 안 된다"는 기업체 대표들의 푸념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근로자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추가비용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석가탄신일 비용도 만만찮게 여기는 이들이 많고, 초·중학생 자녀들의 효도방학도 같은 기간에 몰려 있어 하다못해 가족 외식이나 한나절 가족소풍이라도 다녀올라치면 10만원 이상 지출을 각오해야 하는 것. 하지만 월급 외에 돈 나올 구석은 전혀 없어 '달력의 빨간 날'이 원망스럽기는 사장들과 마찬가지다.
포스코 김모(45) 팀장은 "지갑도 비었는데 차라리 회사에서 일하는 게 훨씬 낫다"고 했고, 중견 기업체 대표 박모(56)씨는 "경기도 좋지 않은데 달력조차 도와주지 않는다"며 푸념했다. 5월은 노사 모두에게 잔인한 계절이라는 게 산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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