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발표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고시가 성난 민심에 불을 당겼다.
29일 오후 7시 대구백화점앞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평소보다 5, 6배 많은 600여명의 시민들이 몰려 나왔다. 평소에는 하루 100명 안팎에 불과했지만 이날만은 시민들이 대거 참가한 모습이었고 집회도 활기를 띠었다.
이달 3일부터 27일째 계속된 대구 촛불집회에는 그동안 참석한 연인원만 5천명을 넘어섰다. 정민우(29·여)씨는 "정부의 경솔함과 배짱 정치가 도를 넘어선 것 같아 처음 집회에 참가했다"며 "계속 국민의 의사를 짓밟다가는 호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분노를 참지 못했다. 이날 행사에선 우려했던 경찰과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산발적으로 경찰과 대치했다. 집회는 오후 10시 20분쯤 시위대가 해산하면서 종료됐다.
대구경북 7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우병 쇠고기 수입 저지를 위한 대구경북시도민대책회의'는 범국민 행동 지침을 발표했다. ▷촛불문화제에 참가할 것 ▷가정에 재협상을 촉구하는 현수막 및 문패를 붙일 것 ▷31일과 다음달 5일 저녁 7시를 기해 종교단체는 타종을, 차량 운전자는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재협상을 촉구하는 범국민 행동에 동참할 것 등이었다.
경찰은 31일 대백 앞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는 규모가 크게 불어나 2, 3천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서울처럼 거리행진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혹시 있을지 모를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29일부터 일부 대학생, 중고생 등의 휴대폰에는 '31일 범어네거리 거리행진'이라는 문자 메시지가 나돌고 있지만 정확한 실체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촛불 집회는 이제 반정부 시위 양상으로 확전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촛불 집회 현장에서는 '이명박 정권 퇴진', '독재 타도'라는 구호가 연일 등장하고 있다. 이병창(24·대학생)씨는 "국민을 섬기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불도저식 국정 운영에 신물이 난다"며 "이제 병든 쇠고기를 수입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저항해야 한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도 촛불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네티즌들은 '국민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며 대통령 탄핵까지 주장하고 있다. 다음달 4일 열리는 보궐선거를 통해 '국민의 쓴맛'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시민들은 "한번 더 실수하면 우리는 갈 데도 없다"며 집권당 인사들을 겨냥하고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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