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아파트 분양시장 '장기 휴면' 들어가나

대형 단지들 분양 줄줄이 연기

대구 분양시장이 장기 휴면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주택경기 침체에다 올들어 고유가로 시작된 경기 하락세가 본격화되면서 시행·시공사들이 줄줄이 분양 일정 연기에 들어간 탓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올해 분양을 준비했던 대다수 단지들이 사업성 악화로 사업 보류와 재검토에 들어가고 있다"며 "이미 공사를 시작한 재건축 단지 서너개 정도를 빼고는 올 하반기 대구에서 신규 분양 단지를 찾아보기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일부에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중인 미분양에다 경기 부진, 구매심리 실종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분양 시장 휴면'이 내년 가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캄캄한 분양 시장, 일단 내년으로

올해 대구에서 분양을 준비했던 1천 가구 이상의 대형 단지는 줄잡아 5, 6곳을 넘었지만 올 상반기 앞서 분양한 단지마다 청약률이 10%대를 맴돌면서 잇따라 사업 연기를 추진하고 있다.

올 가을 분양 예정이던 3천500가구 규모의 동구 봉무동 이시아폴리스 단지내 3천500여 가구를 비롯해 수성구 범어동 삼호 e-편한세상(800가구)과 달서구 월배 현대산업개발(2천500가구), 애경(1천500가구) 단지가 사업을 내년으로 보류했다.

또 대구경북을 통틀어 단일 규모로는 최대 단지인 경산 중산지구(7천가구)도 올 가을 분양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들 단지는 사업승인을 받은 상태지만 분양시기 연기와 함께 사업성 재검토를 진행중이다.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은 이시아폴리스내 아파트 단지는 현재 가구별 규모를 110㎡(30평)형 중심에서 100㎡형(20평)으로 조정해 사업성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분양 시기를 내년 3월쯤으로 잡고 있다. 나머지 단지들도 분양 시기를 내년 봄 이후로 잠정 보류한 상태며 경산 중산단지는 빠르면 금년내 500가구 규모의 1차 단지만 시범적으로 분양할 계획을 잡고 있다.

시행사 관계자들은 "미분양이 2만 가구를 넘는데다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구매심리까지 극도로 위축되고 있어 분양을 해봤자 계약률 10%를 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현 상황이 계속된다면 내년 봄철 분양 일정을 잡는 것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당초 대구에서 금년내로 분양 예정이던 단지는 재건축·재개발을 합쳐 45개 단지 3만1천여 가구에 이르며 이중에서 지금까지 분양을 한 곳은 7개 단지 5천여 가구에 그치고 있다.

◆사업 연기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듯

사업 일정을 연기하면 시행사나 시공사 모두 택지비에 대한 금리 부담과 건축비 상승 등으로 상당한 손해를 보게 된다.

지난해 분양 예정으로 2006년 5월 부지매입을 했던 달서구 A단지의 경우 매달 땅값 이자로만 이미 2년 동안 100억원이 지출된 상태며 내년으로 분양 일정을 또다시 연기함에 따라 추가 이자 부담이 50억 늘어났다.

A단지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자로만 100억원이 나갔지만 만약 지난해 상반기 분양을 했다면 최소 200억 정도는 손해를 봤을 것"이라며 "분양 한 뒤 계약률이 바닥을 치면 땅값 이자뿐 아니라 공사비까지 빌려와 이자를 물어야 하는 까닭에 부담이 두배로 늘어나게 된다"고 밝혔다.

A단지뿐 아니라 실제 분양을 위해 땅을 매입한 대다수 시행사들이 매달 3억~5억원까지 땅값 이자를 꼬박꼬박 감당하고 있는 상태다.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무더기 분양 연기는 추후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자부담으로 분양원가가 올라가는데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건축비 또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탓이다. 실제 대다수 업체들은 분양 일정을 연기하면서 발생한 추가 비용을 분양가 상승으로 해소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원가 상승 요인이 많아 내년 이후 분양을 한다면 분양 가격이 올해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주택경기 침체로 시행사나 시공사들이 현재는 수익률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는 분양가격을 산정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달라진다면 분양 가격이 상당히 올라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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