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지만 올해는 더욱 특별하다. 올해는 건국 60주년의 의미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일본의 만성적인 독도 영유권 침탈이 더욱 노골화되고 최근에는 제주도 남쪽에 위치한 이어도에 대한 중국의 느닷없는 영토 편입 논란까지 가세하고 있어 우리의 광복과 건국은 아직도 미완의 과제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은 불과 60년 만에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그리고 자유민주국가로 급부상했다. 이는 세계사에 전례가 없었던 것으로 세계 각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우리가 이토록 위대한 역사를 성취하기까지는 수많은 애국지사의 희생과 국민의 피땀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선열의 희생에 한 번 더 고개를 숙인다.
이렇게 우리는 최단기간 내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세계사의 모범국가가 되었다. 그에 대한 우리 국민의 자부심과 자긍심 또한 대단하다. 하지만 아직은 왠지 부족하고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가 성취한 세계사적 고도성장이 물질적 풍요에 비해 정신적 풍요가 뒤따르지 못한 불균형 성장이었다는 지적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몇 달간 가뜩이나 어려운 때에 온 나라를 거의 마비시켰던 '광우병 파동'을 지켜보면서, 이보다 앞서 미국 국적을 가진 40대 경제사범 한 명이 국가적 대사였던 대선정국을 요동치게 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그런 지적에 수긍이 가고도 남는다.
정신문화는 오히려 더 허약해지지 않았을까?
일본총독부는 "조선인들은 유구한 역사적 자부심과 문화에 대한 긍지가 높아 통치가 어렵다"고 '조선식민통치사'에서 고백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인터넷에 떠도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괴담에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 그러한 정보를 사실인양 믿거나 과장되고 순수성을 잃은 촛불이 수개월동안 켜지는 등 우리 사회는 진실이 거짓에, 정의가 불의에 휘둘리는 취약한 구조를 빈번히 노출하고 있다. 이는 물질적 성장에 버금가는 정신문화를 꽃피우지 못한 데 그 원인이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지금 우리는 한 주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60년의 과제는 '선진화'이다. 이러한 선진화의 토대는 바로 정신적 풍요에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신문화의 인프라부터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주기는 우리의 정신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
일찍이 백범 김구 선생은 "우리나라는 패권적 강성대국이 아니라 문화강국을 지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백범의 지적대로 우리는 지구촌시대에 독창적인 정신문화를 창달하면서 열린 문화주의로 문화적 다양성을 더욱 진작시켜 문화강국을 건설해야 한다. 오늘날 선진국이나 글로벌도시의 척도가 문화수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보면 백범의 혜안이 놀라울 따름이다.
문화강국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광복절과 건국 60주년을 맞는 지금, 우리는 여전히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숱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리가 문화강국을 통해 선진국으로 진입하여 진정한 광복과 건국을 이루지 못한다면 또다시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할지 모른다.
따라서 광복과 건국의 완성은 문화강국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우위 행정'의 역사적 당위성과 중요성을 주창해 본다. 감히 단언하건대 일본이 독도에 대한 야욕을 버리지 않거나 중국이 이어도에 대한 논란을 부추기는 등 19세기의 패권적 정신을 가지고 있는 한 이들은 결코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박승호 포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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