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책 선물하기

지난 주말 친구 딸아이의 돌잔치에 다녀왔다. 돌잔치 하면 으레 금반지나 축의금을 준비하는데 나는 유아용 책을 한 꾸러미 사들고 갔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친구는 '우리 아이 첫 번째 책'이라며 고마워했다. 하지만 책 선물을 누구나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축의금으로 돌잔치 식대라도 조금 충당해볼까 했던 이들은 달가워하지 않는 빛이 역력하다. 그 중에는 웃으면서 '돈으로 주면 좋은데'라며 진심 어린 농담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

사실 돌잔치 때 주고받는 금반지나 축의금은 아이보다는 부모를 위한 선물이다. 물론 돌잔치는 부모에게도 큰 경사이기에 선물로 축하해줘도 무방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아이의 생일인데 부모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가 고스란히 가질 수 있는 선물을 해주고자, 또 아이가 늘 책과 함께 살아가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돌잔치가 있으면 꼭 책을 선물로 주곤 했다.

비단 돌잔치 때만 책을 선물한 것은 아니다. 지인들에게 축하해 줄 일이 생기면 곧잘 책을 선물하곤 했다. 책이라고 해서 다른 선물보다 고르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선물 받을 사람의 고민거리, 관심사, 취향을 꼼꼼히 따져본 후 그에 적합한 책을 선물하려고 노력하는데 그 과정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처음 책을 선물하게 된 것은 내 직업이 도서관 사서이다 보니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책과 친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고, 또 책은 쉽게 버리지 못하고 언젠가는 한 번쯤 넘겨보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선물을 책으로 하다 보니 왠지 건전한 독서문화를 일구는 데 작은 보탬이 되는 듯해 뿌듯함이 있었고, 또 오래 두고 기억될 수 있는 좋은 선물을 했다는 만족감도 제법 컸다. 즉 책은 주는 기쁨이 꽤 큰 선물이었다.

그러다 내가 건넨 책 덕분에 오랜만에 감동과 재미를 느꼈다는 이들과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책은 받는 사람에게도 의미 있는 선물이 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특히 돌잔치 때 달가워하지 않던 이들이 아이가 책과 친해졌다며 뒤늦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또 다른 책을 추천해 달라거나 어린이 도서관을 한 번 가봐야겠다고 할 때는 책 선물이 다른 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도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책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가치 있는 선물인 것이다.

이제 이른바 독서의 계절인 가을이 물들기 시작했다. 각박한 세상살이로 인해 책을 펼쳐 들기가 참 힘든데 이 가을을 맞이하여 우리 스스로에게 혹은 사랑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담은 책 한 권 선물해 보면 어떨까?

문동섭(대구산업정보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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