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10분씩 책을 읽어요. 벌써 4년째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매일 읽기 때문에 자연스레 독서 습관을 기르게 됩니다."
16일 오전 8시 50분 대구 동성초교. 전교생이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다. 방경곤 교장은 "오전 9시까지 수업 직전 10분간 책을 읽는다"며 "2005년부터 대구 초·중·고교가 동시에 시작한 아침 독서 10분 운동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매일 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10분의 효과는 엄청나다. 1년이면 60시간 이상이 모이고, 한권에 2시간만 잡아도 30권을 읽기에 넉넉한 시간이다. 6학년 9반 소일금(12) 양은 "책 내용이 궁금해서 그날 바로 또 읽게 된다"며 "하루 1시간~1시간 30분씩 꼭 책을 읽는다"고 했다. 담임 권명인 교사도 "비록 10분이지만 하루를 알차게 시작하는 유익한 시간"이라며 "단지 책 읽는 것에서 벗어나 읽은 내용을 정리하거나 전혀 새로운 줄거리로 책을 써 보는 '북아트'에도 도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 최고의 학교 도서관을 갖춘 동성초교는 아침 독서 10분 운동이 더 반갑다. 박소현 사서 교사는 "교실 2, 3칸을 도서관으로 만드는 다른 학교와 달리 11칸이나 터 3만권의 장서를 갖추고 있다"며 "신간도 제때 갖춰 놓기 때문에 매일 아침 읽을 책을 고르러 도서관 앞에 줄을 서는 아이들이 넘쳐난다"고 귀띔했다. 이런 동성초교 도서관 독서왕은 뜻밖에도 1학년 이창민 군. 올해에만 337권을 빌려 가중 많은 대출권수를 기록했다. 어머니 박선경씨는 "항상 자기 전에 책을 읽어줘 독서 습관이 몸에 붙은 데다 도서관과 아침 독서 10분 운동의 시너지 효과가 더해진 것 같다"고 했다.
동성초교 아침 독서 10분 운동엔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 바로 도서관 봉사 도우미로 활동하는 '엄마'들. 대출·반납 같은 도서관 업무뿐만 아니라 매주 한번씩 1, 2학년 교실에 들러 직접 책을 읽어주고 있다. 도우미 회장 김희경씨는 "글을 읽지 못해서 책을 읽어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좀 더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강이남 최고 도서관'을 둔 때문에 읽어 줄 책을 고르는 걱정은 없다"고 웃었다.
방경곤 교장은 "이런 어머니들과 도서관과 아침 독서 운동 10분이 어우러져 책 읽는 학교로 거듭나고 있다"며 "독서는 단순한 지식 축적과 달리 아이들이 어른으로 커 나가는 데 필요한 '상식'은 물론 창의력, 문제해결 능력을 동시에 키워 준다"고 말했다.
※아침 독서 10분 운동=매일 밥을 먹듯 영혼의 양식인 책을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읽자는 취지. 1988년 일본후나바시학원 여고에서 시작돼 현재 일본 전체 학교의 절반이 참여할 만큼 확산됐다. 2005년 대구시교육청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북모닝 대구(Book Morning! Daegu)라는 이름으로 벤치마킹 한 뒤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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