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종호의 친절한 오페라] 상상 이상으로 중요한 의상

오페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음악이다. 하지만 우리가 오페라를 볼 때는 눈을 감고 보는 것이 아닌 것인 만큼,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도 듣는 것 이상으로 오페라 감상의 감동에 무척 큰 부분을 차지한다. 즉 연출의 중요성이나 오페라 무대 디자인의 비중에 대해서는 이미 얘기한 바 있다. 특히 오페라 디자인은 주로 무대 세트 즉 대도구를 지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다음으로는 소품들 중 소도구를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오페라의 시각적 요소 중에서 아주 중요한 것이 바로 의상(衣裳)이다.

오페라에서 의상이라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공연의 감동에 중요한 요소다. 만일 오페라의 세트는 잘 차려져 있는데, 의상이 없다면 관객들의 극중 몰입이 가능할 것인가? 아마 어려울 것이다. 아니 상상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반면 만일 무대 위에 세트가 전혀 없다고 하더라도, 가수들이 의상을 제대로 갖추어 입고 연기를 한다면 관객들은 스토리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즉 의상은 상당히 결정적인 요소인 것이며, 요즘 오페라 공연에서는 세계적으로 점점 더 의상이 중요시되고 있다. 여기에 몇 가지의 예를 들 수 있다. 지금 세계적인 무대 디자인 추세의 하나는 무대 세트를 마치 젠(Zen) 스타일처럼 무척 간결하게 처리하고 대신 의상은 아주 화려하고 세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관객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무대 전체보다는 연기하는 두어 사람의 주인공에게 집중되어, 드라마에서 몰입이 더욱 용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연출을 하면 더불어서 엄청난 세트에 들어갈 뻔했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 또 일본 도쿄의 산토리 홀에서 열리는 '홀 오페라(hall opera)' 시리즈처럼 아예 오페라 공연을 오페라하우스가 아닌 콘서트홀에서 올리는 경우도 있다. 이때에 무대에 세트는 전혀 없이 한가운데에는 보통 콘서트 때처럼 오케스트라가 위치한다. 그리고 오케스트라 앞에 성악가들이 의상과 분장 등만을 제대로 갖추고 나와서 오페라를 공연한다. 이 경우 관객들은 의상과 분장만으로도 상당 정도 극 중으로 빠져들게 되고, 그것은 다년간 이루어진 홀 오페라 공연의 성공으로 입증되었다. 이렇듯이 오페라에서는 상상 이상으로 의상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뛰어난 수많은 의상 디자이너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의상들은 무척이나 섬세하고 또한 아름다워서 또 하나의 예술 분야를 형성하고 있다. 의상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이나 재단, 재봉 등 의상 자체의 제작에 대한 노하우는 물론이고, 역사와 시대를 정확하게 재현하게 위해서 복식사(服飾史), 풍속사, 종교사 등을 연구해야 하고, 극장학, 심리학, 색채학 등을 꿰뚫고 있어야만 한다. 그렇게 하여 때로는 시대적 고증에 철저한 의상이 또 때로는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의상이 탄생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오페라 의상'이라는 또 하나의 전문적인 창작 분야가 탄생하였다.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오페라 연출가들은 그들과 호흡이 잘 맞는 일류 의상 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연출가 프랑코 제피렐리는 안나 아니라는 할머니와 오랫동안 명콤비를 이루어 왔고, 연출가 로버트 카슨은 마이클 레바인과 연출가 하리 쿠퍼는 라인하르트 하인리히와 많은 오페라를 만들어 왔다. 또한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인 프랑스의 크리스찬 라크로와나 일본의 하나에 모리 같은 이들도 오페라에 참여하여 멋진 의상을 선보인바 있다.

오페라 평론가·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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