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경 경영학 박사 1호' 이병욱 환경부 차관

"녹색성장 시대, 환경은 필수죠"

이병욱(52) 환경부 차관은 녹색성장 시대에 맞춰 '준비된 차관'으로 불린다. 20여년 전인 1980년대 말에 '환경경영'을 공부했다. 환경경영 전공 경영학 1호 박사. 당시에는 이 차관이 공부한 영국에서도 생소한 분야였다. 1992년 리우회의에서 지속가능한 지구에 대한 세계적 논의가 처음 이뤄졌으니 그럴 법도 하다.

그가 환경경영을 공부하게 된 사연도 재미있다. 대륜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외국계 회사에 10여년 근무했는데 하루는 본사에서 환경투자 이외의 모든 투자를 중단한다는 메시지를 받은 것. 궁리해 보니 향후에는 기업에서 환경이 매우 중시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고 그래서 영국 UMIST 경영대학으로 떠났다.

사업하는 형의 보증을 섰다가 신용불량자가 된 것도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을 떠나는 큰 결심을 하게 한 요인. "최악의 상황이 되면 또 다른 희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돈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지 않고 공부로 해결했죠. 위기를 기회로 삼은 셈입니다."

국내로 돌아온 곳은 포스코경영연구소 환경연구센터. 9년여간 근무하며 포스코에 친환경적 경영 마인드를 도입하고 확산시키는 데 주력했다. "포스코가 기후 변화에 맞춰 전략적으로 대응했고, 그래서 이 분야에서 상당히 앞서 있다"는 것이 이 차관의 평가.

이후 이 차관은 LG환경연구원 원장, 지속가능경영원 원장, 한국환경경영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각 대학에 출강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환경경영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데 주력했다. 744쪽이나 되는 '환경경영'도 썼다.

세종대 정책과학대학원에 환경경영 강좌도 개설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지난 3월 교수 발령과 차관 발령이 비슷한 시기에 나는 바람에 정식 교수로서 강의는 하지 못했다.

그는 기업에 진출하는 공대나 경영대 학생들은 필수적으로 환경경영을 공부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학부 때 환경 개념을 인식의 틀 속에 들여놔야 기업에 취직해서 실무에 적용하기 쉽습니다. 이제 환경을 모르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는데 뒤늦게 마인드를 바꾸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런 이 차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눈에 띈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그린 코리아'를 주제로 한 ▷친환경 국토 만들기 ▷기후변화 대응 ▷환경 보건 ▷물 관리 등 이 대통령의 환경 관련 주요 공약이 그의 손을 거쳤다. "그린 코리아 대신 녹색성장을 주제로 잡았는데 그때는 당에서 잘 이해를 못합디다. 대통령께서 언급하고 난 뒤 새로 뜨는 아이템이 된 거죠."

이 대통령이 제시한 녹색성장 비전으로 대화 주제를 바꿨다.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지금 실현 가능한 정책만 발표했기 때문에 전체 프레임이 안 보일 겁니다. 에너지 쪽이 부각됐는데 환경 쪽에서 할 일은 더 많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녹색시대로 진행되고 있어요. 신약 건강식품 피트니스클럽 기능성화장품 등 로하스 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이 대통령께서 방향을 제대로 잡았습니다. 문제는 개발산업을 맡았던 정부 부서들이 대통령의 뜻을 얼마나 이해하고 움직여 주느냐입니다. 사회 각 영역이 동참해야 큰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차관으로서 꼭하고 싶은 것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폐기물의 에너지화 ▷유기성 폐기물을 깔끔하게 처리해 해양투기를 막는 것을 우선 들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과제로 물 문제 해결을 꼽았다. "낙동강 영산강을 지금 그대로 두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강이 오염됐잖아요. 강 준설은 운하와는 전혀 다른 개념인데 워낙 사회적 반대 논리가 세서 공론화하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대구경북 지역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이 차관은 "새로운 아이콘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태산이 있고 공자가 난 중국 산둥성을 거론하며 안동 등지 경북의 유교를 관광 이외의 새로운 가치로 키우는 것을 들었다. 환동해 생태연구기관이나 신재생에너지 연구 메카를 만드는 방안도 새 아이콘으로 그렸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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