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재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지하철 부채를 줄이기 위해 총력전에 들어갔다. 지하철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조4천931억원. 시는 올해에만 이자로 780억원을 지급하고 다시 빚(지하철 공채)을 내 2천500억원의 원금을 갚는다. 결국 아무리 돈을 써봐야 1년간 부채 원금에서 100억원씩도 줄이지 못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시는 지하철 부채 상환을 위한 국비 지원을 올해부터 최대한 당겨 받아 이자 부담을 낮춘 뒤 원금을 줄여가는 방안에 전력을 쏟고 있다. 특히 정치권과 힘을 모아 국가교통공단 설립을 통해 단번에 부채를 해소하는 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다.
◆지금대로라면
대구시의 전체 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2조7천676억원. 전체 대구시 예산 4조3천억원에 비하면 부채율이 64.4%에 이른다. 7개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다. 이는 대구시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투자를 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구시 이동교 예산담당관은 "부채율이 50% 아래로 떨어져야 공격적인 재정투자가 가능하다"며 "지하철 부채를 줄이지 않고는 매년 빚 줄이는 데만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의 지하철 부채는 2호선 완공시점에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2005년 말 1조5천199억원으로 최대치에 이르렀다. 이후 만기가 돌아오는 원금과 이자를 갚느라 매년 3천억원 이상씩 퍼부었지만 2년 동안 원금은 겨우 268억원 줄이는 데 그쳤다. 이 추세로 갚아가면 빚을 갚는 데 꼬박 111년이 걸린다.
이를 줄이는 변수는 국비 지원이다. 지하철 건설비 경우 대구 1호선의 첫삽을 뜰 때만 해도 국비 지원율이 25%에 불과했지만 대전, 광주, 인천 등이 잇따라 건설에 들어가면서 국비 지원율이 현재는 60%까지 늘어났다. 대구시는 이 점에 착안해 2004년 이전에 적게 지원받은 국비를 소급해서 받는 MOU(양해각서)를 당시 기획예산처, 건설교통부와 4개 도시 사이에 체결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문제는 국비 지원액에 상응하는 지방비를 내놓아야 한다는(매칭 펀드) 전제조건을 소홀히 여긴 것이다. 대구의 경우 시비 100억원을 마련해야 국비 31억원을 지원받는 조건이다. 시 재정이 취약한 탓에 2006과 2007년 2년 동안 시비 114억원을 내놓고 국비 23억원을 받는 데 그쳤다. 인천 753억원, 대전 653억원, 광주 403억원 등 다른 도시들이 받아간 국비에 비하면 새발에 피 수준이다. 대구시는 올해는 추경예산까지 편성해 466억원의 시비를 투입, 국비 147억원을 확보했지만 이 정도의 시비를 지속적으로 투입하기에도 무리라는 판단이다.
◆MOU 개정이 당면 과제
대구시가 받기로 약속한 국비는 모두 3천597억원. 올 연말까지 가야 겨우 5%인 182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대구보다 재정 여건이 나은 인천과 대전, 광주는 몇 년 내로 국비 지원을 대부분 받아내 지하철 부채 문제를 해결할 전망이지만 대구는 막막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지난 7월 2009년도 국비 지원 예산을 편성하면서 중앙정부와의 MOU 개정을 통해 지하철 부채 국비 지원 방식을 바꾸는 전략을 세웠다.
시는 이달 들어 중앙정부 예산 편성이 거의 마무리되자 김범일 시장과 남동균 정무부시장, 김연수 기획관리실장 등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요로에 MOU 개정을 집중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4개 도시와 MOU를 체결한 취지가 지하철 부채 해소와 이를 통한 재정건전성 확보인 만큼 지방비 투입 여부와 관계없이 국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대구의 경우 국비 지원을 먼저 받으면 이자 부담만 매년 200억원 가까이 덜 수 있어 재정 건전화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의 조건에서 대구만 지방비를 내지 않고 국비를 달라는 것은 무리가 있으므로 조건 자체를 바꾸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며 "MOU 체결을 주도한 대구시가 가장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건 너무나 비합리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대구시의 부채를 해결하는 방안은 부산과 같이 교통공단을 설립하는 것이다. 교통공단에 빚을 넘긴 뒤 국가가 인수해 부담하는 방식이다. 부산은 2005년에 이 같은 방법으로 2조원이 넘는 빚을 정부에 넘겼다. 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이 앞으로 '대구국가교통공단설립특별법(가칭)'을 설립할 계획을 갖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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