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의류매장에 들어섰을 때 남성 판매원이 당신을 맞는다면? 머뭇거리다가 매장을 나온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보수적인 사람이다. 서울에서는 이미 낯익은 풍경인 여성복 매장의 남성판매원이 대구에서는 이제 선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반응은 엇갈린다. 주부들은 '어쩐지 낯설다'며 어색해하는 반면 20대 젊은 여성들은 '오! 멋진데'라며 반긴다.
동아백화점 수성점 2층 여성복코너 인디고샤워의 매니저 조상곤(30)씨. 여성복 매장에 등장한 남성 판매원이다. 아마도 대구에서는 처음일 것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긴 티셔츠 위에 반팔 티셔츠를 덧입고 깃을 세운 패션 감각이 예사롭지 않다.여성 고객을 맞는 태도 또한 상당히 자연스럽다. 매장 판매 경력 7년째. 모델과를 졸업하고 바로 의류판매업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남녀가 같이 입는 캐주얼매장에서 일하면서 여성들의 취향과 감각을 익혔다.
그가 여성복 판매에 관심을 갖게 된것은 스스로 옷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지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을 보면 어떤 옷이 어울릴지 영감이 저절로 떠올라 아예 매장을 운영하면서 판매원으로 나섰다고 한다.
"대구는 아직도 보수적입니다. 남성 판매원이 있는 것을 보고 매장 안으로 들어오기를 꺼려 하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특히 옷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쑥스러워하지요. " 아직도 남성 판매원을 낯설어 하기 때문에 손해 보는 부분도 많다는 조씨는 그러나 20대 여성들은 아무렇지 않게 옷을 고른다고 한다. 특히 젊은 여성들은 남성의 시각에서 자신의 스타일이 어떤 식으로 비쳐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 좋은 점수를 주는 것 같다고 덧붙인다.
그의 편집숍에는 단골들이 많다. 젊은 여성들은 조씨와 함께 스타일을 의논하고 자신의 몸에 맞는 스타일을 찾아간다. 조씨는 옷을 판매하는것이 아니라 스타일을 판매한다는 생각을 갖고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고객의 체형에 어울리고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스타일을 제안한다. 약간은 섹시한 스타일이다. " 여성 고객들과 함께 여성 스스로 미처 알지 못했던 매력을 찾아내고 이것을 강조하는 스타일을 권한다"는 그는 이런 점이 창조적인 부분인 것 같아 즐겁다고 말한다.
그가 고객들에게 스타일을 제안하는데 매장 안의 독특한 공간도 한몫한다. 와인바처럼 꾸며진 이 공간은 차 한잔하면서 패션 스타일과 유행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편안한 코너다. 고객들과 옷에 대한 궁금한 점과 패션 경향,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답을 찾는 그런 역할을 한다.
"대구 여성들의 옷입는 스타일은 상당히 차분한 편입니다. 아쉬운 점이지요. 체격이나 분위기는 파격적이고 개성적인 옷을 충분히 소화할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입기를 주저합니다." 조씨는 남들 눈을 의식하고 무조건 유행에 따르는 경향은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 그는 대구의 여성 패션이 좀더 자유롭고 개성이 강해질 수 있도록 작은 역할이라도 보태고 싶다고 했다.
이제 시작이라는 그는 앞으로 남성의 시각에서 여성의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는 다양한 매장을 갖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김순재 객원기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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