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나이가 든다는 것

요즘은 시간을 꼭 붙잡아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40대에 접어든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50대에 가까워져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을 젊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요즘은 해가 바뀌면 몸도 마음도 달라지고 있음을 확연히 느끼게 되고, 옛날 일들은 또렷하게 기억나는데 최근의 일은 잘 잊게 되는 현상도 나타난다. 이렇듯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실감케 하는 일들은 당연한 것인데, 나이 들어가는 것에 순응하는 자신을 너무 쉽게 발견하게 되어서인지 흐르는 시간을 자꾸 붙잡고 싶어진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일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흘러가는 것으로 느껴지는가이다. 하루, 한 주, 한 달이 왜 그리 빨리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올해도 새해 인사를 나눈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월이다. 필자 뿐 아니라 주변의 동료나 선배들에게 물어봐도 대체로 그렇게 느낀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누구나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는 것 같아 언제 어른이 되나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시간이 더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끼는 것은 왜 그런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나이가 들면 사람들이 느리게 가는 시계로 변한다고 한다. 즉, 노인이 되면 생리적 시계가 대부분 느려져서 세상의 속도가 빨라진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설명은 우리가 자신을 기준으로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 시각 효과로 설명하면, 어렸을 때 다니던 학교에 가보면 넓게 느껴졌던 교실은 아주 좁게 보이고 책·걸상도 아주 작게 보인다. 이처럼 시간에 대해서도, 달력을 기준으로 10년의 길이는 동일하지만 개인적 느낌으로는 그 길이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스무 살에 지난 10년을 생각할 때는 살아온 기간의 절반으로 길게 느껴지지만, 쉰 살에 지난 10년을 생각할 때는 살아온 기간의 5분의 1로 짧게 느끼게 된다. 모든 사람은 지속적으로 변하는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기준의 변화에 따라 시간에 대한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행동이 느려지면서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젊은이의 생체 시계가 노인의 생체 시계보다 빨리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도 생체 시계의 속도가 느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몸도 마음도 열심히 움직이고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평균 수명이 점점 길어져 앞으로는 긴 노년기를 보내야 하는데, 긴 노년기를 아무 의미 없이 시간만 흘려 보내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손영화 계명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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