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를 마라톤 도시로] ④.끝-세계적 대회 발돋움 전략

남자 실업팀 창단 등 엘리트 선수 발굴·육성 요람돼야

2009대구국제마라톤대회 개최를 계기로 대구가 마라톤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초 이번 대회는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전초전 성격으로 마련됐지만 대구국제마라톤대회가 단기간에 국제대회로 성공적으로 발돋움하면서 '대구=마라톤 도시'의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대구가 마라톤 도시로 국내외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더 치밀한 전략을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육상인들은 지적하고 있다. 특히 국제대회로 승격한 뒤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좋은 기록과 훌륭한 대회 운영, 장기적으로 대구가 마라톤 선수 육성의 요람이 돼야 한다고 육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마라톤을 대구의 '브랜드' 품목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을 알아본다.

◆기록이 관건=대구가 마라톤 도시로 전 세계에 알려지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대회 기록이다. 마라톤은 기록이 아닌 등수 싸움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엘리트 선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몸값이 매겨지는 기록이 가장 중요하다. 기록에 따라 대회 상금이 차별화된 탓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기록이 좋으면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스가 좋고, 기록도 이에 걸맞게 나온다면 단시간에 국제적인 대회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록이 좋으면 국내외 엘리트 선수들도 자연스레 이 대회에 관심을 갖게 되고 지명도 있는 선수들이 많이 참가하면 대회 명성도 덩달아 높아진다. 대구국제마라톤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에 우승자가 최소한 2시간 6분대를 기록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기록의 중요성은 마스터스 부문의 일반인 참가자들에게도 해당한다. 마스터스 부문 참가자들에게 마라톤의 서브 쓰리(sub-3·42.195km를 3시간 내에 완주하는 것)는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이다. 서브 쓰리를 달성할 수 있는 평탄한 코스로 구성된 대회를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인 동아서울국제마라톤대회와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중앙서울마라톤에 참가자들이 2만명 넘게 몰리는 이유도 여타 대회에 비해 서브 쓰리를 달성하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구국제마라톤대회도 국제적으로 명성을 쌓기 위해서는 좋은 코스 개발에 더욱 관심을 쏟아야 한다.

대회 조직위 관계자는 "이번 대회 참가자 전원에게 코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코스에 대해 더욱 신경을 써 좋은 기록이 나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 육성, 대구시도 나서야=대구가 마라톤 도시로 성장하려면 정부뿐만 아니라 대구시도 선수 육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의 마라톤 발전을 위해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엘리트 선수 육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현재 대구에는 남자 마라톤 실업팀이 전무하다. 대구은행이 여자 마라톤 팀을 운영하는 것이 고작이다. 대구시청 육상팀의 경우 남자 400m허들, 여자 100m허들 등 단거리 선수들을 중심으로 8명이 활동하고 있다. 계명대가 대학교로는 지역에서 유일하게 남자 마라톤 팀을 운영하면서 해마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정작 졸업 후에는 서울시, 경기도 등 여타 지방의 실업팀에게 선수들을 뺏기고 있다.

이 때문에 대구시 또는 대구시 산하 공기업이 나서서 마라톤 팀을 만들어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흡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창규 대구시청 육상팀 감독은 "대구에 육상 실업팀이 적어 전국체전에서 예선전을 치를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홍화 동양대 전 마라톤 감독은 "국내에도 황영조나 이봉주만큼 기량이 되는 선수들이 있지만 미래의 신분 보장이 어렵기 때문에 마라톤에 올인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호응과 대회 운영=대구가 마라톤 도시로 거듭나려면 시민들의 호응도 기록 못지않게 중요하다. 12일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는 구간별로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부분 또는 전면적으로 교통이 통제된다. 시민들의 불편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대회 조직위에서는 교통 통제에 따른 시민들의 불만이 가장 신경 쓰이는 대목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시민들이 다소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응원에도 열심히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이 같은 성숙한 시민 의식이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대구가 향후 마라톤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더불어 대회 조직위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야 할 것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대회 초창기에는 시민들이 교통이 불편한 탓에 항의 전화를 하곤 했지만 요즘에는 항의성 전화는 거의 없다"며 "오히려 우회도로를 묻는 등 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바라는 전화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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