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금융계 돈잔치

2006년 12월 골드만 삭스 등 미국 월 街(가) 5대 은행의 종업원들은 500만 달러 이상의 성탄 보너스를 받았다. 전 세계에서 지출된 개발지원금 1년치와 맞먹는 엄청난 금액이다. 그들이 돈벼락을 맞은 것은 파생금융상품의 개발과 투자로 회사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인 부채담보부증권(CDO)이다. 간단히 말해 여러 개의 개별 대출채권(주로 주택담보대출)을 하나로 묶어 발행한 채권이다.

이것의 매력은 低(저)신용자의 대출도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으로 가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신용자 개인은 부도 위험이 높지만 그들 전부가 부도를 낼 가능성은 적다는 경험칙 때문이다. 따라서 다수의 위험 대출을 하나로 묶으면 위험도는 낮아지고 신용등급은 올라간다. 안전한데다 높은 이자(신용도가 낮으면 대출이자는 높다) 수익까지 보장되는 매력 때문에 CDO는 2006년에 1조 달러(약 917조 원)어치가 발행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환경이 변하면 경험칙은 무너진다. 실업이 증가하거나 금리가 오르면 다수의 저신용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할 수 있다. 그것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 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이다. 모든 저신용자가 '배 째라'라고 할 확률은 낮다고 봤는데 그 반대가 된 것이다. 결국 CDO를 설계한 조잡한 수학과 이를 '위험 분산'(실제로는 위험 전가)이라고 한 금융공학자들의 修辭(수사) 모두 詐欺(사기)였던 셈이다.

이 같은 속임수가 판을 치는 것은 금융공학자의 개인적 악의가 아니라 유가증권의 거래규모에 따라 보수가 결정되는 구조 때문이다. 위험을 남에게 전가할 수 있는데 엄청난 급여를 보장해 주는 사기를 왜 치지 않겠는가. 이달 초 G20 정상회의에서 금융위기 방지 방안의 하나로 금융회사 급여체계를 손질하기로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라구람 라잔 같은 사람은 모든 특별급여는 10년까지 미루고 그들이 한 일이 실제로 가치 증식에 기여한 것이 증명되면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우리 금융계는 반대로 가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은행권 최초로 투자은행'유가증권'파생상품 담당 직원에게 실적만큼 무한의 보상금을 주기로 했다. 전 세계가 금융계 급여체계를 수술하겠다고 하는 지금 거꾸로 가겠다는 그 강심장이 놀랍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