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기(56) 한국벤처투자(주) 사장은 매일 아침 108배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마음의 평정을 갖게 되고 기초 체력까지 다질 수 있기에 더없이 좋단다.
108배를 시작한 것은 힘든 시기를 버텨내기 위해서였다. 작년 봄 벤처투자 회사인 한국기술투자(주)의 사장 자리에서 밀려나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됐던 게 계기였다.
당시에는 울화통까지 치밀어 올랐을 것 같았다. "적자에 시달리던 회사를 떠맡아 3년 내리 흑자로 끌어올렸기에 사장직을 계속 맡게 될 것이라는 게 주변 사람들의 대체적인 예상이었음에도 어느날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았다"는 것.
그러나 와신상담 5개월 만인 2008년 8월 한국벤처투자의 CEO로 컴백했다. 이번에는 일반 기업이 아니라 벤처투자 회사 등을 지원하는 공기업의 사장이 됐다. 한국벤처투자는 2005년 중소기업청 산하 투자 전문 공기업으로 설립됐다. 중소'벤처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게 아니라 벤처투자회사 등의 투자 조합에 출자하는 펀드(모태펀드)를 운용한다. 정부 예산으로 운용되는 모태펀드의 자금은 올 연말이면 1조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벤처투자 전문가로 외길을 걸어온 그는 요즘 "적지않은 보람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 길을 걷게 된 것은 1981년 한국기술개발의 창업 멤버로 뛰어들면서였다. 한국기술개발은 국내 최대 벤처 투자회사로 꼽히는 KTB 네트워크의 전신. 그후 KTB 네트워크에서 상무까지 지낸 뒤 한국기술투자와 한국벤처투자에서 CEO가 됐다. 국내 벤처 산업의 초창기 때부터 관련 기업들의 성장을 뒷받침해 왔고 그 부침까지 지켜봐 왔던 산증인인 셈이다.
대구경북 벤처 산업의 현황을 묻자 "첨단 업종이 없고 R&D(연구개발) 기능도 부족, 하청 생산 위주로 사업 모델이 고착화돼 온 데다 우물안 개구리식의 경영 행태까지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벤처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자체와 관련 기관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지역 출신 인사들이 벤처업계를 주도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벤처산업이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
첫 직장은 벤처 업계가 아닌 한국조폐공사 산하의 경산조폐창이었다. 대학(서울대 경제학과) 졸업과 군 복무 후 직장을 구하려고 할 때 부친이 사망, 졸지에 홀어머니와 세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가장(家長) 처지로 내몰린 게 경산조폐창으로 가게 된 이유였단다. 서울에 있는 대기업에 합격은 했으나 월급이 대구에 있는 가족들의 생활비까지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해 입사를 포기한 뒤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 경산으로 갔다.
그러나 입사 1년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자신의 장래 문제를 놓고 고민을 하게 됐고, 이런 모습을 안쓰럽게 지켜보던 어머니도 다시 서울로 올라가라고 권해 한국기술개발로 옮기게 된 것.
"한 손에는 '열정'을, 다른 손에는 '겸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게 김 사장의 좌우명이다. 열정을 갖고 살아야 하지만 이것도 지나치면 오만과 독선으로 빠질 수 있기에 겸손을 항상 마음에 새긴다는 것.
밀양에서 태어났으나 어릴적 가족들과 대구로 이사와 대구초등'대구중'경북고를 졸업했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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