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의 KTX 驛勢圈(역세권) 개발 지원이 실현 단계에 접어든 모양새다. 관련 제안이 '국민 아이디어 공모전' 대상으로 뽑힌 게 불과 보름여 전인데, 벌써 정식 정책으로 채택되는 것은 물론 추진에도 급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토해양부가 그제 장관 주재로 대구시청 등 관계기관 협의회를 열어 'KTX 경제권 개발' 추진계획을 발표한 건 그 중에서도 가장 뚜렷한 진전이다. 거기서 국토부는 ▷역세권 사업의 목적이 수도권 집중 해소 및 비수도권 경제 활성화에 있으며 ▷이 사업을 5+2 광역경제권 개발 정책의 기폭제로 삼기로 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이달 중 합동 태스크포스 구성 ▷8월까지 기본구상 마련 ▷일 년 내 종합발전계획 수립 등 추진 일정도 제시했다.
그러나 그제 협의회에서 나온 얘기에 밝은 것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國庫(국고) 지원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국토정책국장의 발언은 특히 우려할 대상이었다. 그는 역세권 개발이 중앙정부와는 상관없는 지방정부 각자의 일이라고 선부터 그었고, 중앙정부는 각 지방정부가 선택하는 개발 방향(비즈니스 모델)이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하려는 것일 뿐이라고도 했다.
만약 이게 중앙정부의 진짜 腹心(복심)이라면 그런 지원이 과연 이 사업을 성공시키는 데 효력을 발휘할지 매우 회의적이다. 동대구역세권 개발에 오래전부터 용쓰고 있는 대구가 맞닥뜨린 어려움도 그런 지원이 없어서가 아니다. 계획이야 자력으로도 진작 세웠지만 돈이 없어 손을 못 대고 있을 뿐인 것이다.
오직 개발 자금 마련이 문제인 사업을 놓고 그것만은 지원할 수 없다는 식으로 나선다는 건 역세권 개발을 성사시킬 의지가 없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일 수도 있다. '4대 강 살리기' 수준의 국정 핵심과제로 삼아 추진하겠다던 초기 의지는 어디로 갔는지, 조기 시행하라는 대통령의 지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늉만 하겠다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거듭 둘러봐도 역세권 개발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은 정부의 개발 비용 지원 유무다. 그러니 중앙정부는 다른 어느 것보다 앞서 국고 지원과 관련한 입장부터 확고히 정립해야 한다. 그게 안 될 것이라면 더 이상 나서는 게 지방정부에 오히려 부담만 줄 수도 있다. 애는 지방정부들이 쓰는데 공은 중앙정부가 차지하려 한다는 오해를 살지도 모른다.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
정동영 "'탈북민' 명칭변경 검토…어감 나빠 탈북민들도 싫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