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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의 시와 함께] 사양길/ 천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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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420미터의 솔치재를 넘으니

황금 무덤이 조롱조롱 능선이 다 환하다

세상에 무덤만큼 환한 등불이 있을까

삶의 지표는 분명한 저 등불 속에 있다

바람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갓등

엄마 가슴 속으로 쑤욱 집어넣는 아이 손처럼

지상으로 불룩, 주먹 들이미는 무덤

말랑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저 무덤

엄마 젖무덤처럼 곁에 눕고 싶은, 저 환한 봉분

이 능선의 무덤들은 시인의 말에 따르면 '외딴보다 한 굽이 더 돌아가는' 안식의 숨결이다. 능선의 무덤은 죽음으로부터 너무 멀어졌으므로 죽음/주검이 아니라 조롱조롱 등불이다. 천 년의 시간은 확실히 죽음/주검을 물질에서 이미지 또는 상상력으로 바꿀만한 거리이다. 그 등불에 '환한'이라는 수식이 붙었기에 무덤은 낮의 등불이 아니라 밤을 도우려는 불켜진 등불이다. 그 때의 밤은 우리네 고단한 삶의 얼굴에 얹은 삼베 같은 거친 입자들이다. 그러니까 이 시의 바탕에는 밤의 울음이 있다고 믿고 싶다. 울음이 고이는 그릇 모양이니까 무덤이 아닌가. 밤의 울음이 원하는 것은 "엄마 가슴 속으로 쑤욱 집어넣는 아이 손" 같은 "지상으로 불룩, 주먹 들이미는 무덤"이다. 이건 또한 유희가 아닌가. 그러니까 "말랑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저 무덤"이야말로 울음을 그치라는 아이의 손이다. 그 손이 토닥토닥 불편한 우리의 등을 안쓰럽게 두드린다. 주검에서 죽음으로 다시 무덤으로 이행하는 등불의 이미지는 결국 아이의 말랑말랑한 손까지 왔다. 그 손이 주검으로부터 왔으니 생은 그야말로 순환의 시간들이겠다. 이번 주말 경주나 고령 쪽의 말랑말랑하고 조롱조롱한 무덤에 몸을 씻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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