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달력은 기업 등에서 만든 홍보용이 많다. 하지만 상주의 달력은 다르다. 수 개 내지 수십 개의 소규모 계가 연합해 만든 계 모임 달력이 적잖다.
우스갯소리로 상주에서는 계에 들지 않으면 생활에 불편이 많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계 모임이 많다.
왜 그럴까? 옛날로 시계를 되돌렸다.
상주는 옛날 지금과는 전혀 다른 전국 최대 규모의 계 조직인 낙사대계가 있었다. 상주의 선비들이 주축이 돼 민심을 하나로 통일하고, 상주민의 아픈 곳을 앞장서 치유한 모임이었다.
계 조직 당시 상주의 13개 문중이 참여했다. 상주 선비의 큰 어른인 우복 정경세가 계의 목적을 만들 만큼 계 조직은 당시 상주의 구심체였던 것이다.
낙사대계는 현존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의료국인 존애원을 창건해 임진왜란 이후 질병에 시달리던 상주민들의 병을 자치적으로 치료했다.
또한 백수회(경로잔치)와 전통관례를 시행했고, 때론 선비들의 시회의 공간이기도 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낙사대계는 선비들이 가르치고 배우는 강학의 자리이기도 했다.
낙사대계는 정조대왕이 이름을 지었을 만큼 모범적인 계 조직이었고, 정조는 계원 가입을 희망했다고 한다. 지금이야 계 모임은 단순히 회원간 친목 도모가 주된 성격이지만 옛날 상주의 낙사대계는 고을의 평화와 안녕을 도맡아 온 진정한 의미의 계 조직인 것이다.
존애원은 낙사대계의 가장 큰 업적이다. 의료활동만 한 의국이 아니라 낙사대계의 화합 자리이기도 했다. 경로잔치였던 백수회가 열린 곳도 존애원이었고, 관례의 주된 장소도 존애원이었다. 존애원은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던 상주 선비들의 박애정신에서 탄생한 의국인 동시에 향토 사랑을 실천한 낙사계원들의 모임터였던 것이다.
이종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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