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음료수 자동판매기에 동전을 넣자마자 갑자기 기계가 요동을 친다. 순간 복잡한 기계 내부가 나타나고 음료수의 온도를 차갑게 유지하려는 펭귄 과학자들과 거품을 연구하는 폭발 전문가들이 등장해 부산을 떨더니 잠시 후 출구로 빠져나온 음료수 병이 놀란 남자의 손에 쥐여진다. 얼마 전까지 TV에 방영됐던 코카콜라의 '행복한 공장'(Happiness Factory) 캠페인성 광고다. 20여 초 만에 자판기 안에서 코카콜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깜찍한 아이디어로 재구성한 이 캠페인은 보는 이로 하여금 몽환적인 동화 속으로 빠져 들게 했다. 적어도 어릴 적 처음 라디오를 보고는 그 안에 정말 '엄지공주' 같은 사람들이 말하고 춤추며 노래하는 줄 알았던 사람이라면 분명 옛 추억의 단초를 제공받기에 충분했다.
상상력이 풍부한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든 자연스러운 향수와 감동을 준다. 이야기가 지닌 힘에 대한 재발견, 즉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최근 삶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 중에서 주류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범한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 삼성전자의 '또 하나의 가족' 시리즈는 기업의 일방적 메시지 전달보다 소비자가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친밀한 이야기를 끌어들여 기업 이미지에 좋은 반향을 불러 모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도중 자신의 가족사와 개인적인 주변 사례를 밝힘으로써 피부색을 뛰어넘는 지지를 얻어냈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10년 전에 이미 "정보사회의 태양은 지고 있다. 정보사회 이후를 준비하라"고 역설하며 그 대안으로 '꿈의 사회' 구현을 말한 적이 있다. 향후 사람들은 꿈을 구현하고 체험하는 산업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당연히 고부가가치를 낳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꿈은 곧 이야기이면서 스토리텔링이다. 기존의 관념과 사고의 틀을 깨는 상상력이 이야기와 만나면 진정성과 공감의 공간은 더욱 확장될 수밖에 없다.
때마침 대구시도 스토리가 있는 도심 꾸미기에 나서고 있다. 중구 계산동 상화고택과 향토 작곡가 박태준의 가곡 '동무생각'의 추억이 서린 동산병원 의료선교박물관 일대 옛 청라언덕을 연계한 '근대路(로)의 여행' 워킹투어가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추억을 좇아 보다 많은 시민, 국민들이 대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문기 교정부차장 pody2@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