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 제주도(2) 올레길과 유리의 성, 그리고 한반도 마침표 마라도

'놀멍 쉬멍 걸으멍' 세상으로 나가볼까?

'제주올레'에서 '올레'는 그곳 방언으로 거릿길(도로)에서 집 앞 대문까지 이르는 작은 길을 뜻한다. 올레길은 한 시사저널 편집장을 지냈던 서명숙씨가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에 대한 뒤늦은 사랑으로 끊긴 길은 잇고, 없던 길은 만들어 2007년 9월 한 코스를 열어 현재까지 '우도 올레'를 포함해 제주도에 올레 13코스를 완성시킨 상태다. 서명숙씨는 자필 책 '놀멍 쉬멍 걸으멍'에서 아름다운 올레길을 만든 과정과 삶의 여정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다. 올레길(작은길'좁은길'좋은길)은 길이가 보통 10~20㎞, 한 코스를 걷는 데 5~6시간 정도 걸린다. 올레길은 13코스를 다 정복할 필요도, 단 1코스만 걷겠다고 단정한 뒤 걸어야 한다는 부담을 안을 필요도 없다. 그저 '놀며 쉬며 걷는' 것이 올레길이다. 코스에 따라 바닷길, 마을길 혹은 바닷길과 흙길이 섞인 길이 있지만 모두가 제주도의 풍광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올레길은 천천히 걸어도 되고 빠르게 걸어도 되지만 몸의 군살을 빼기 위해서라면 빠르게, 맘속의 찌든 때를 벗겨내고 정신적인 병을 훌훌 털어 버릴 요량이라면 느리게 걸으면서 서정적인 주변 풍광을 살펴보는 게 좋다.

올레길은 분명 지친 몸을 이끌고 마침내 집으로 당도하는 길, 또는 부푼 마음을 안고 비로소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대구경북 여행사 관계자들로 구성된 '가자! 하늘로, 바다로'팀은 제주의 올레길 가운데 가장 풍광이 좋고 또 바닥이 평탄해 걷기에 좋은 돔베낭골~서귀포 해안~황우지골~외돌개 코스를 택했다. 시종 흙과 나무계단 등으로 엮어진 40분가량 걸리는 길이었다. 옛날에는 올레길을 통해 제주 동~서를 걸어서 가는 데 이틀이 걸렸다고 한다.

"올레길 표시는 바닥의 파란색 화살표"라고 부민가자투어 가이드인 김소영씨가 말해줬다. 어딜 가나 이 표시를 따라 걸으면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가까이에 사람이 살지 않는 가장 아름다운 섬인 범섬을 우측에 두고 걸으니 짙푸른 파도의 포말이 쉬엄쉬엄 발 아래 절벽에 부딪쳤다가는 쑥스러운 듯 도망가는 모습이 이방인들의 맘을 더욱 더 여유롭게 만든다.

끝무렵의 외돌개는 2003년 인기 TV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을 친딸처럼 아껴주던 스승 한상궁(양미경)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제주도로 유배가던 중 장금의 등에 업혀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찍은 곳이다. 외돌개 앞에서는 대부분 탐방객들이 사진을 찍는다. 제주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할 정도로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기에 제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할머니가 혼자 외롭게 서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외돌개'는 옛날 할아버지가 멀리 나가 돌아오지 않자 바다를 바라보며 꼼짝도 않고 기다리던 할머니 형상을 하고 있고 그 앞에는 할아버지가 누워있는 형상의 바위가 있다.

다음 관광지는 작년 10월 문을 연 '유리의 성'. 국내 최대 유리조형예술체험 테마파크로 350여점의 유리작품이 전시된 6개 테마 조형파크와 블로잉'램프워킹'샌드블라스팅'글라스비즈 체험관을 갖추고 있다. 보석터널, 거울미로, 유리 화원 및 플라워, 유리 피라미드, 유리 화원, 유리로 만든 악기, 유리 돌담길 등은 경이로움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연못 속에 유리로 만든 대형 커피잔이 조형물로 언뜻 봐도 카페임을 나타내는 유리카페에서 원두커피를 한 잔 하면 더욱 더 호사스럽다.

유리의 성을 나서자 차량 밖으로 감자와 마늘을 수확한 논밭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고, 돌담에다 나지막한 슬레이트지붕의 집과 도로변 코스모스는 고전과 현대의 절묘한 조화를 이뤄 내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5분 거리의 서귀포시 서광리에는 아모레퍼시픽의 16만평 규모 녹차밭(오 설록)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직영다원은 제주에 서광'도순'한남 등 3곳 100만평에 이른다.

제주도에서 남쪽으로 약 11㎞떨어져 있으며, 한국의 최남단(북위 33˚06′)에 해당하는 마라도는 발을 딛는 순간 왁자지껄했다. "전동차량을 빌려 타라"는 호객행위 때문이었다.

주소는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리로 한때 영화촬영지, CF촬영지 등으로 각광받았던 마라도에는 바람과 꽃, 관광객이 넘쳐나고 있다. 송악산 아래 모슬포 선착장에서 넉넉잡아 30분이면 도착한다.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전복'소라 등 해녀들이 잡은 어물이 주요 소득원이고, 요즘에는 자장면집도 4개나 생겨났다. 100년에 한번 꽃을 피운다는 손바닥선인장백년초가 노란색 꽃망울을 터뜨려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위한 관광객들의 손놀림을 바쁘게 한다. 이 섬 최남단의 황톳빛 건물의 성당은 신자가 아니더라도 한번쯤 들어가 볼 충동을 느낄 정도로 앙증맞게 지어졌다. 이곳은 한 시간만 하면 다 돌아볼 수 있다. 몇년 전만 해도 걸어서만 섬을 돌아볼 수 있었지만 문명의 이기가 이곳까지 침투해 지금은 오토바이와 골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동카가 섬을 뒤덮을 정도다. 옛날 물이 없어 빗물을 모아 마시던 시절, 물 부족난을 겪었던 것과는 달리 이젠 이곳에서도 바닷물을 정수해 사용함으로써 수세식 화장실이 갖춰져 있다. 면적 0.3㎢, 해안선 길이 1.5㎞로 현재 40여가구에 90여명이 살고 있다. 상품(가자! 하늘로, 바다로) 문의는 대구경북지역 여행사.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취재지원 : 대한항공 대구지점, 대평원여행사(하나투어전문판매점) 053-422-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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