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감염성 질병, 특히 전염병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데는 예방백신의 개발과 항생물질의 발견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생체에 면역을 주는 항원을 함유한 생물학적 제제'를 '백신'(Vaccine)이라고 한다. 즉 동물 또는 사람에게 주사 또는 경구투여해 생체에 면역이 생기게 하는 면역원(免疫原)을 말한다. 백신은 감염증의 원인이 되는 미생물의 죽은 균(死菌)이나 균을 약화시킨 약독균주(弱毒菌株), 또는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생성하는 독소를 포르말린으로 처리해 무독화(無毒化)한 톡소이드(Toxoid)를 원료로 해서 만든다. 죽은 균을 활용한 백신에는 인플루엔자, 광견병, 콜레라, 장티푸스, 백일해 백신이 있고, 약독균주를 원료로 한 백신은 볼거리, 풍진, 홍역, BCG(결핵) 백신 등이 있다. 또 독소를 이용한 백신에는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백신 등이 있다.
'미생물에 의해 만들어져 미생물 및 그 밖의 세포의 발육'기능을 저해하는 물질'을 항생물질(抗生物質:Antibiotics)이라고 한다. 1929년 A.플레밍이 푸른곰팡이의 배양액에서 강한 항균작용을 지닌 저독성 물질을 추출해 페니실린이라고 명명한 것이 항생물질의 최초 발견이었다.
이 물질이 폐렴균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된 1939년부터 20여년간은 항생물질의 황금시대였다. 44년 스트렙토마이신(S.M)이 개발되고 45년 클로람페니콜(C.M), 48년 클로르테트라사이클린(T.M), 52년 에리스로마이신(E.M) 등이 잇달아 발견됐다. 이들은 작용 범위가 광범위하고 경구투여도 가능해 항생물질 요법은 급속히 보급됐다. 지금까지 발견된 항생물질은 4천여 종류가 넘고 3만 이상의 유도체가 만들어졌으며 50종 이상이 임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항생물질의 발견으로 인류는 비로소 세균과 리케차 감염증을 극복하고 곰팡이, 바이러스성 질환과 암의 치료도 기대하게 됐다. 그러나 항생물질이 널리 사용된 뒤 사용한 항생물질에 대해 내성을 가진 내성균(耐性菌)의 발생 빈도가 매우 높아졌다. 최근의 항균성 항생물질의 개발사는 내성균과의 투쟁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은 앞으로 풀어야 할 큰 과제로 등장했다.
항생물질과는 다르지만 20세기 초에 개발된 화학요법제도 세균성 질병을 퇴치하는 데 한몫했다. 화학요법제의 시초는 P.에를리히가 개발한 매독 치료제 '살바르산 606호'이다. 그리고 화학요법제의 대명사로 불리는 설파(Sulfa)제는 1935년 독일의 G.도마크가 발견한 뒤 다양한 종류가 개발돼 질병 치료에 공헌했다. 천벌(天罰)로 여겨졌던 나병과 결핵을 잠재우는 데는 설파제의 역할이 대단했다. 전염병에 대한 예방과 치료약제의 도움으로 두창(천연두) 같은 질병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고 성홍열, 유행성뇌척수막염 등을 비롯한 세균성 전염병 등도 크게 줄었다.
그러나 최근의 전염병은 이전과는 달리 환경, 생활양식 등의 변화에 따라 그 발생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인플루엔자, 콜레라 등 전염력이 강한 병의 전파 속도가 더욱 빨라졌고, 대중음식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집단 발병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리고 치료법이 발달하면서 전염병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도 적지않아 화를 자초하기도 한다. 전염병은 효과적인 예방 접종과 지속적인 방역 대책, 환경위생의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고 개인 위생 청결을 실천해야만 예방할 수 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구본호 대구시약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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