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커피의 비밀]로스팅과 브렌딩

커피 브렌딩은 언제 할까? 커피 브렌딩(blending)은 커피의 여러 종류 가운데 커피콩 몇가지를 섞어 어떤 맛을 내도록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브렌딩이라 함은 가격이 낮은 생두 몇가지를 서로 섞어 맛의 균형을 잡아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커피 콩의 브렌딩은 질 낮은 커피를 가지고 커피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한 생산원가 절감 방법의 하나이다.

예를 들면 신맛이 너무 강하다거나 너무 약할 때 이러한 맛의 균형을 잡아주기 위해 강하면 약한 것을, 약하면 강한 커피를 섞어서 신맛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다.

브렌딩이 공장의 생산 원가 절감을 위해서 사용된다면 일반 로스터리숍이나 판매점에서도 역시 그 집만의 독특한 커피맛을 내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된다. 브렌딩한 커피를 일반 커피숍에서는 '하우스 브렌드' 커피로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커피를 직접 볶는 로스터리숍 등에서는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해 커피를 브렌딩하고 또 그 기술, 어떤 커피를 혼합하는지를 일반인들에게 가르쳐 주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게 '노하우'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숍에서는 오래된 커피의 처리수단으로 하우스 브랜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커피 브렌딩은 에스프레소 커피에서 많이 이루어진다. 에스프레소 커피는 한 품종만으로 추출해서 마셔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지만 대부분 숍에서는 브렌딩을 한 커피콩를 사용한다.

에스프레소 커피를 브렌딩하는 이유는 이탈리아에서 하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원래 에스프레소 커피의 본고장이 이태리니라서 우리 나라에서도 그에 따라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은 에스프레소 커피에는 커피종인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가운데 로부스타를 섞어야 제대로 된 에소프레소인 줄 알고 있다. 하지만 20년전에는 이탈리아에서 에스프레소 커피에 로부스타를 쓰지 않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커피 생두 수입에 외화가 너무 많이 들자 국가가 정책적으로 로부스타를 15~20%가량 브렌딩해서 커피를 생산하도록 한 이후부터 로부스타를 쓰게 되었다. 아라비카 생두와 로부스타 생두의 수입 원가는 5대 1 정도로 로부스타종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면 커피는 언제 브렌딩 하는 게 좋을까? 이는 커피 볶이는 온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생두를 면밀히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세척 아라비카 생두, 비세척 아라비카 생두, 로부스타 생두를 비교해 보면 각각 로스팅 되는 온도가 섭씨 10도씩 차이가 난다.

이렇게 같이 로스팅하면 바둑이 콩(생두가 더 볶이고 덜 볶인 것이 섞여 외관상 얼룩덜룩한 원두를 말함)이 나온다. 이런 바둑이 콩은 로스팅이 잘 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상품으로서 가치도 떨어진다.

그러면 답은 나온다. 같은 온도에 로스팅한 생두는 브렌딩한 뒤 로스팅해도 무방하고 온도 차이가 많이 나면 각각의 원두를 색상이 같은 수준으로 로스팅해서 나중에 브렌딩하는 것이 좋다.

이현석(에소커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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