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이토 히로부미의 출생지인 야마구치현 히카리를 찾았을 때 안개비가 뿌옇게 내리고 있었다. 이토 생가 옆 '이토공 자료관'(伊藤公 資料館)에는 날씨 탓인지 관람객이 한명도 없었다.
한다 데츠지(半田哲治·61)관장과 다케히로시(竹林宏·69)부관장이 다소 긴장한 얼굴로 취재진을 맞았다. 그러나 응대는 친절했고 답변은 시원스러웠다. 한다 관장은 다케히로시 부관장이 전문가라며 인터뷰를 미뤘다.
다케히로시 부관장은 "이토는 두메산골이라 일본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고향마을을 널리 알린 위대한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이토 사망 100주년(10월 26일)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고 했다. 이토공 자료관에서는 9월부터 11월까지 유품 전시회를 여는데 야마구치시, 하기시 박물관에서 소장한 이토 유물을 교환 전시한다. 히카리시는 내년 3월까지 사생대회, 서예전, 무도대회, 영화상영회, 마라톤 대회 등을 순차적으로 열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작년에 1만명의 관람객이 찾았지만 올해는 불경기여서 다소 줄었다고 밝혔다. 한국인 관람객이 가끔 찾아오지만 조용하게 관람하고 돌아간다고 했다.
안중근 의사에 대해 묻자, 그는 "개인적으로 시대적 배경이 있다지만 어쨌든 테러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기자는 '이토의 경우에도 1862년 에도(현재 도쿄)에서 야밤에 국학자이자 막부 관리인 하나와 지로를 칼로 살해한 사실이 있지 않으냐'고 반문하려다 그만뒀다. 아쉬운 마음에 "그 사건을 통해 한일 두 나라가 더 가까워지기 위한 계기로 삼으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더 이상 생각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서로의 관점이 달라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느새 굵어진 빗줄기를 창문 너머로 보고 있자니 좀 처량해졌다.
박병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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