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국적주의를 고수하던 정부가 최근 제한적 복수국적 허용 방침을 세웠지만 정작 결혼이민여성들은 까다로운 귀화 절차탓에 이방인으로 소외되고 있다. 정부는 우수인재나 해외입양인에 대해서 복수국적 취득을 허용키로 했지만 한국에 터를 잡은 결혼이민여성들에겐 국적취득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늘어나는 결혼이주, 외면받는 한국 귀화
대구경북 지역의 결혼이민여성은 올 들어 1만명을 넘어섰다.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결혼이민여성은 7월 말 현재 1만230명으로 지난해 9천910명에 비해 320명 늘어났다. 이는 2007년 8천704명에 비해 15%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한국으로 귀화한 결혼이민여성은 다섯 명 중 한명에도 못 미치고 있다. 영주에서는 결혼이민여성 349명 가운데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20%인 69명이고, 봉화에서는 137명 중 35명만이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 전체로는 7월말 현재 812명으로 8% 수준에 그쳤다. 전국적으로는 12만5천150명(7월말 현재) 중 9천711명이 귀화를 했다.
◆까다로운 귀화 절차가 걸림돌
결혼이민여성들이 귀화하지 않는 것은 국적 취득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한 탓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결혼이주민이 귀화신청을 하려면 혼인한 뒤 2년 이상 한국에 계속 거주하거나 결혼한 지 3년이 지나고 1년 이상 한국에 살고 있어야 한다. 더구나 가족 명의로 3천만원 이상 은행 잔고나 전세계약서, 부동산 등으로 재정 능력을 증명해야한다. 귀화신청을 하더라도 국적 취득까지는 자녀 유무에 따라 짧게는 1년 2개월에서 2년까지 걸린다. 결국 결혼 후 국적을 취득하기까지 적어도 3년에서 6년이상 걸리는 셈이다.
현행 단일국적제도 하에서는 한국국적 취득은 모국의 국적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귀화를 꺼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베트남 출신인 A(29·영주시 부석면)씨는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 주민등록등본에 엄마 이름이 없어 놀림 당할까봐 걱정"이라면서도 "친정 부모 등 가족들이 베트남에 살고 있는데 국적을 포기하는 게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배영제 봉화군 농업기술센터 농정기획 담당은 "일본인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으로 귀화하면 친정에 가기 어려워 귀화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복수국적, 허용한다지만
법무부는 최근 과학·경제·문화·체육 등 특정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유해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되는 외국인이나 해외입양인 등은 귀화시험이나 의무거주 기간(5년)없이 귀화하거나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내용의 국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정작 복수국적이나 귀화가 절실한 결혼이주민들은 허용 대상에서 빠져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국 여성과 결혼한 김모(40·영주시 단산면)씨는 "결혼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아내에게 강제로 모국을 포기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복수국적을 허용하거나 귀화신청 절차를 간소화 하는 등 대책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주·봉화 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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