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남에게 전달하고 상대방의 그것을 이해하는 수단이다. 사람들은 언어를 이용하여 관계를 맺고 지식을 교환하고 축적하며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람들이 언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다. 그래서 토마스 제퍼슨 같은 정치가도 인디언 언어의 기초를 밝힘으로써 그들의 뿌리를 추적할 수 있으리라고 믿고 부하를 시켜 자료를 수집했었다.
언어와 말은 다르다. 말은 단순히 발성 기관에서 나오는 소리이다. 이것에 내용이 얹히면 언어가 된다. 앵무새가 주인을 따라 '책상'이라고 했다면 그것은 말이지만 주인의 '책상'에는 '사무용 널빤지'라는 의미가 있다. 이것이 언어이다. 인간의 언어는 말을 담당하는 기관의 진화와 정신 기능의 진화가 함께 어우러진 것이다. 전자는 뇌 밖 발성기관의 소관이고 후자는 뇌의 기능이다. 발음이 어눌하다거나 새된 목소리는 말이 안 되는 것이지 언어장애가 아니다.
우리 인간은 지상의 생명체 중 유일하게 약 4만년 전부터 발달된 언어를 이용해 재빨리 문화와 문명을 만들고 다른 동물들을 지배하게 되었다고 건방을 떤 적이 있었다. 즉, 언어 사용 여부는 인간과 금수를 가르는 루비콘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칸지라는 이름의 원숭이는 컴퓨터에서 부호화된 복잡한 상징 언어를 사용할 줄 알았고, 문맥을 파악함으로써 연구자가 말하는 영어를 이해했다. 상징들을 학습하고, 추상적 상징과 합리적 사고 능력도 지니고 있었다. 언어는 오랜 세월에 걸친 진화의 산물이라는 말이다. 몸짓에서 비롯된 언어가 발성 언어를 거쳐 현재의 발성기관이 갖추어지고 뇌에 언어 담당 영역이 생기기까지는 400만년이나 걸렸다.
외과 의사이자 인류학자이었던 브로카는 1861년 뇌졸중 후 오래 언어 장애를 겪고 있던 중년 남자의 뇌를 해부했다. 그 후 말을 할 수 없는 다른 환자 여덟명을 더 조사했는데, 모두 비슷한 부위에 병소가 있었다. 브로카영역으로 불리는 여기에 병이 있으면 자기 생각을 남에게 잘 전달하지 못한다. 반대로 베르니케영역이라는 뇌 부위에 병이 있으면 남의 이야기를 듣기는 하지만 이해를 못한다. 언어가 여러 가지 세부 기능으로 구성된다는 증좌이다. 언어에는 생각 외에 감정도 숨어있다. '어머니'는 '자식을 낳은 여인'이라는 뜻에다가 '헌신' '포근함' '안식처'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정서적인 색깔을 함께 내포한다. 언어에 내재된 감정이나 논리를 담당하는 부위는 어디일까?
박종한 대구가톨릭의대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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