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북일관계 개선되나

일본의 정권교체 후 새로운 북일관계를 기대했으나 그 출발은 '말 대 말'의 대결로 시작되었다. 일본의 신임 외상 오카다 가쓰야는 "납치와 핵,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과거 청산이 북일관계 개선의 선결조건'근본 열쇠"라고 반박하였다. 양국의 주장은 '기 싸움'의 성격을 지니지만 기존 주장의 '되풀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던져준다.

북일관계의 역사적 전개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1993년 5월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노동 1호'의 시험발사는 일본으로 하여금 '전역미사일 방위(TMD) 계획'의 참여 검토에 불을 붙였다. 1998년 8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광명성 1호'의 발사와 1999년 3월 북한 괴선박의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침범사건은 1999년 5월 '미일 방위협력지침 관련법안'의 일본의회 통과로 이어졌다. 이 법안은 일본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주변국으로 확대시키면서 무력행사까지도 허용하고 있다. 2002년 10월 제2차 북핵 문제의 대두는 2003년 5월 '무력공격사태 대처방안, 자위대법 개정안, 안전보장회의 설치법 개정안' 등 유사법제 관련 3개 법안이 일본의회를 통과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유사법제의 의회통과는 일본이 '전쟁을 안 하는 나라'에서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2006년 7월 북한의 다연발 미사일 시험발사는 일본의 '선제 공격론'을 공론화시켰다. 지난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광명성 2호' 발사와 5월 제2차 지하 핵실험은 일본의 주도에 의해 유엔안보리의 의장성명과 대북제재결의안 1874호의 채택으로 이어졌다. 유엔에서의 일본의 역할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북한이 한편으로는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군국주의의 부활을 경계하면서 대비해 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로 인한 위기 조성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촉진시킨 빌미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역설적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시대가 변화'발전하면 사상과 이념도 변화'발전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일관계는 이러한 변화'발전에 부응하지 못했다. 북한은 일본에 대해 '선 과거청산, 후 관계정상화'를 주장한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청산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 표명, 대북 적대 정책 파기, 한반도의 분열 조장 및 통일 방해 중지 등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주장과 전제조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일본 적개심에 토대한다. 김 위원장은 일본을 '죄 많은 나라'로 생각한다. 을사보호조약은 국새 날인이 없는 위조 문서이고, 한일합병조약은 강탈적 병합조약이었고, 일제 36년 동안에는 조선의 인적'물적 자원을 강탈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조선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해서도 노력했음을 지적한다. 김 위원장은 '역사는 수정되거나 백지화될 수 없고, 과거에 대해 눈감는 자는 현재에 대해서도 장님이 되고, 미래도 담보할 수 없다'는 논리하에 일본의 선 과거 청산을 강조한다. 일본은 북한에 대해 '선 납치'비핵화 해결, 후 관계 정상화 논의'를 주장한다. 일본 보수세력들은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탈국가, 위기조성국가, 비인권국가, 독재국가라며 한마디로 '불량국가'로 인식한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대일 인식과 일본 보수세력들의 대북 인식이 지속되는 한 양국관계의 미래는 '먹구름'을 암시한다.

17일 일본의 민주당이 중심이 된 하토야마 정권이 출범하였다. 민주당의 대북정책 전망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린다. 하나는 우애외교에 토대한 대등한 미일관계와 아시아 중시 차원에서 자민당보다 유연한 대북정책 전망이다. 또 하나는 국제적인 대북 제재 국면이 지속되고 있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부터 직접적 위협에 놓여있는 안보 여건을 무시할 수 없으며, 특히 내년 참의원 선거를 의식하여 대북 경각심을 통한 국민 결속 차원에서 보수적인 대북정책의 지속 전망이다. 그러나 민주당 정권은 '변화'를 강조하고 있고 대북관계 개선에 있어 미국보다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갖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대북대화와 제재를 병행하겠지만 점차 대화와 협력에 무게중심이 이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도 심각한 경제난 극복과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서는 북일관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이 최근 대미, 대남관계 개선이 김정일 위원장의 권위에 의한 결단이었음을 대내외에 강조하고 있음을 볼 때 조만간에 대일관계 개선을 위한 선제적 언행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일관계는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안정에 직결된다. 가깝고도 먼 북일관계를 가깝고도 가까운 북일관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조만간에 양자, 3자, 4자, 6자 등 다양한 형식의 대화 개최가 예상된다. 대화 국면에서 남북 소통을 통한 북일관계 개선에 한국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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