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 신인작품상으로 등단한 신표균 시인이 첫 시집 '어레미로 본 세상'을 냈다. 시집 제목의 '어레미'는 구멍이 큰 체를 말한다. 체는 불순물을 걸러 낼 때 쓰는 것인데, 시인은 이 체를 인식의 틀로 쓰고 있다. 그런데 시인이 여기서 쓰는 '어레미'는 꼭 걸러내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 같지는 않다.
시인의 어레미는 구멍이 커서 웬만큼 큼직한 불순물이라도 빠져나갈 수 있다는 말 같기도 하고,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워낙 커서 흘러내릴 걱정 없다는 말처럼 읽히기도 한다. 하여간 여러 가지 의미로 와 닿는 제목이다. 시집 제목이기도 한 그의 시 '어레미로 본 세상'은 이렇게 노래한다.
'어레미로/ 하늘 담아 본다/ 어레미가/ 여름구름 치면 소낙비가/ 겨울구름 치면 싸락눈 내린다/ 어레미로/ 바다를 건져본다/ 어이없다는 듯 고래 콧방귀 뀌고/ 새우만 파닥거린다/ 어레미로/ 세상을 본다/ 모가지 쇠창살에 걸려/ 허공 헤엄치는 군상들/ 미꾸라지는 죄다 빠져나가고/ 다람쥐만/ 쳇바퀴 굴리고 있다.'
그러니까 시인은 '어레미'라는 틀을 통해 하늘도 보고, 사계절도 보고, 바다도 보고, 세상도 보고, 물고기도 본다. 무엇이든 다 본다. 실제로 그의 시적 소재들은 자연과 사람, 추억, 역사, 전통문화, 현실의 일상 등 가리지 않는다.
'어레미'라는 인식의 틀이 넓은 덕분이겠지만 시인은 어려운 말로 시를 꾸미지 않는다. 어찌 보면 직선적이고 단선적인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시인이 소재로 삼은 것들이 모두 아련한 무엇이기에 그 시는 애틋하다. 게다가 시인이 한 발짝 물러서 바라보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관조적이고 여유롭다. 134쪽, 1만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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