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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의 시와 함께] 「환상통」/김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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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나무도 환상통을 앓는 것일까?

몸의 수족들 중 어느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간 듯한, 그 상처에서

끊임없이 통증이 배어나오는 그 환상통,

살을 꼬집으면 멍이 들 듯 아픈데도, 갑자기 없어져버린 듯한 날

한때,

지게는 내 등에 접골된

뼈였다

목질(木質)의 단단한 이질감으로, 내 몸의 일부가 된

등뼈.

언젠가

그 지게를 부수어버렸을 때,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돌로 내려치고 뒤돌아섰을 때

내 등은,

텅 빈 공터처럼 변해 있었다

그 공터에서는 쉬임없이 바람이 불어왔다

그런 상실감일까? 새가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떨리는 것은?

환상통이란 신체의 일부가 사라져도 계속 있는 것처럼 느끼는 증상이다. 월남전에서 부상당한 군인들이 환상통을 심하게 앓았고 마티아스 엠케의 글쓰기 영화 도 있다. 김신용 시인에게 지게는 수족의 일부, 지게를 버린 날부터 환상통이 시작되었다. 그 환상통은 단순하게 말하면 상실감이다. 쉽고 담담하지만 목울대까지 올라오는 욕지기 같은 상실감이다. 상실감의 정체는 텅 빈 허전함과 자잘하게 떨리는 몸이다. 다시 지게를 짊어질 순 없으니 환상통은 계속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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