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고령자 취업

고령자인재은행에서는 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50세 이상의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직업 상담, 소양교육, 직장 적응훈련, 취업알선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 필자와 비슷한 연령의 그들과 제2의 인생을 설계하면서 구직자의 자세를 자주 돌아보게 된다.

정년퇴직은 하였고, 놀려니 심심하고, 어려운 일은 싫고, 그저 적당한 곳에서 돈을 벌 수 없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로 인재은행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모아둔 재산이 있거나, 적잖은 액수의 연금이 나오거나, 아니면 장기간 실업급여를 받고 있어 갈증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루 서너 시간 일하고, 토·일요일은 쉬고, 월급은 일정 수준 이상 받아야 하고, 경비원을 하더라도 야간은 싫다는 등의 조건을 내세우는 분을 만나면 좀 난감하다. 옛 어른들이 "돈 버는 모퉁이는 죽을 모퉁이다" 고 하였거늘 돈 벌기가 어디 호락호락한 일인가.

운동선수들이 최적의 복장을 갖추듯이 구직자들도 기본 자세가 어느 정도 구비되어 있느냐에 따라 취업 시기는 크게 달라진다. 고령과 못 배운 걸 내세우며 매사를 대충 하려는 타성을 벗고 처음 사회 진출할 때의 순수한 초심을 되찾는다면 보다 효과적이다. 오랜 숙고 끝에 나온 현실성 있고 구체적인 직종을 추구하는 게 좋다. 직장 알선은 결혼 중매와 유사하여 구직자와 구인업체를 면밀하게 파악한 후 전문 상담과 교육을 통해 서로의 욕구가 충족되도록 도와주고 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에 더하여 본인이 가지는 구직 강도도 매우 중요하다.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을 억지로 끌어다 맞선 보인다고 해서 성사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물가로 인도는 할 수 있지만 물을 마시는 결정은 스스로 할 수밖에 없다. 원하는 직장을 어렵게 알선한 후 취업 확정 단계에서 포기해버리는 구직자 때문에 난처해진 경우가 여러 번 있다. 힘들지도 않으면서 짧은 시간에 괜찮은 급여를 받고 싶다는 사람의 십중팔구는 진정한 취업 의사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자신의 '스펙'은 생각지도 않고 부자 상대(높은 급여)만을 고집한다거나, 키 크고 인물 좋은(근무 조건) 미스 코리아(희귀 직종)와 함께 연휴(토요 휴무)를 즐기겠다면 해결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는다. 요즘 같이 수요는 적고 공급이 넘치는 취업시장에서는 자신의 눈높이를 상대에 맞추지 않으면 곤란하다. 완벽한 조건을 다 갖춘 배우자(직장)는 어느 곳에도 없다. 알맞은 눈높이, 참신하고 적극적인 사고와 더불어 컴퓨터 능력과 같은 자기계발이 수반된다면 오륙십 대도 얼마든지 취업할 수 있다는 점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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