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메디컬 피플]"의사가 정확한 진단 할 수 있게 돕는 게 보람이죠"

지인섭 계명대 동산병원 영상의학과 팀장

▲8월 정년을 앞둔 지인섭 계명대 동산병원 영상의학과 팀장. 그는 방사선사들도 의사들만큼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 했다. 계명대 동산병원 제공
▲8월 정년을 앞둔 지인섭 계명대 동산병원 영상의학과 팀장. 그는 방사선사들도 의사들만큼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 했다. 계명대 동산병원 제공

"방사선사는 몸속을 촬영하는 사진사입니다. 의사가 환자의 병을 진단하기 쉽도록 돕는 일이죠. 사진을 정확하게 찍어야 의사가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인섭(60) 계명대 동산병원 영상의학과 팀장은 지역 의료기기 역사의 산 증인이다. 대구에는 방사선사가 800명 정도 있는데 지 팀장은 대학병원 방사선사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경력을 자랑한다. 그는 1974년 동산병원에 들어와 36년간 근무했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바뀌면서 의료기기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과거에는 사진을 촬영해 병을 진단만 했지만 요즘엔 사진을 판독해 진단하고 치료까지 병행합니다."

그가 처음 맡은 일은 엑스레이 필름 현상이었다. 하루종일 캄캄한 암실에서 독한 현상액과 씨름하면서 600~700장의 필름을 현상했다. 1980년 엑스레이 시대가 저물고 컴퓨터단층촬영(CT)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CT 도입으로 의료계에는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가장 큰 수혜자는 신경외과였다. 몸속 작은 종양과 이물질까지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시 CT 촬영비는 8만원이었습니다. 인턴 월급 15만원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고가였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CT로 환자의 병을 진단하는 기술에 눈부신 발전이 이뤄졌습니다."

당시는 뇌졸중 환자가 오면 경동맥을 뚫어 조영제를 주입해 뇌혈관을 엑스레이로 촬영한 뒤 수술을 하던 시기였다. CT 덕분에 이 과정 없이 바로 촬영하고 수술이 가능해져 촌각을 다투는 환자의 치료를 앞당길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CT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 장비를 쉬게 하느라 오전에만 가동했다. 야간에는 CT를 가동하지 않아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

1989년에는 동산병원에 자기공명촬영(MRI)이 도입됐다.

"MRI는 자력과 고주파를 이용해 뇌, 심장, 간, 근골격계 등 신체 대부분을 검사할 수 있고 암의 전이까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CT는 뼈를 촬영할 때 유리하고 MRI는 혈관, 인대, 관절, 척추 등을 보는 데 편리합니다."

그 뒤 의료기기는 변화를 거듭했다. 지역 대학병원들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을 속속 도입했다. 동산병원은 2007년 이 장비를 들여왔다. PET-CT의 도입으로 암 진단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몸속 어느 부위에서도 조기에 암을 발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CT와 MRI가 특정 부위를 검사하는 반면 PET-CT는 전신을 검사할 수 있습니다. 암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PET-CT 이용자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CT와 MRI, PET-CT는 상당히 많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방사선사 중에서도 숙련된 사람들을 선발합니다."

지 팀장은 방사선에 대한 편견이 없어지기를 바랐다.

"엑스레이 촬영할 때 사용하는 방사선 양은 아주 적습니다. 인체에 거의 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태아들에게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임신부의 경우 납치마로 가려서 촬영을 합니다."

지 팀장은 오는 8월 정년퇴직한다. 그는 지난 36년간 의료기기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의사가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보조한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기기는 갈수록 발전할 것입니다. 방사선사는 의사들만큼 공부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만으로는 의료기기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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