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젠 멘탈이다]모성애

사랑은 여러 가지가 있다. 친구간의 우정, 남녀간의 연정, 동기간의 우애,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애국'애족, 부모를 공경하는 효도…. 이 모두가 사랑이다. 모성애는 그 중에 으뜸으로 사랑을 베풂에 있어 아무런 조건이 없고, 반대급부를 바라지 않으며, 자식의 나이가 적건 많건 변함이 없다.

'세설신어'(世說新語) 출면(黜免)편에는 단장(斷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 동진의 환온이 촉을 치기 위해 군사를 이끌고 삼협을 오르던 중 어느 부하가 원숭이 새끼 한 마리를 잡아 배에 실었다. 그러자 어미가 슬피 울면서 언덕을 따라 100여리를 뒤쫓아 오다가 마침내 배 안으로 뛰어들어 죽었다. 죽은 원숭이의 배를 갈라 보았더니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 이것이 바로 자식을 향한 어미의 사랑이다.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아서 모성애를 본능이라고 한다. 옥살이하는 자식을 그리는 노모가 죽은 뒤에 저승에서도 그 자식을 기리기 위해 배냇저고리를 보공(補空)으로 쓰겠다는 어머니의 마음은 사연을 듣는 모든 이들을 숙연케 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사랑이 가능할까? 2008년 일본 학자들이 생후 16개월 된 아기를 둔 엄마들에게 자기 아이와 생판 모르는 같은 또래의 다른 아이들이 행복해하거나 슬퍼하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핵자기공명영상으로 뇌를 촬영했다. 엄마들은 자기 아이가 웃거나 울 때는 다른 아이들에서 나타나는 동일한 반응을 볼 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 주었는데, 변연계와 특정 대뇌피질이 활성화되었다. 자기 아이에 대한 반응이라도 웃을 때보다는 울 때 활성화 정도가 훨씬 더 강했다. 결론적으로 엄마들은 남의 아이보다는 내 아이의 행복과 고통에, 내 아이에게서도 행복보다는 고통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는 모성애가 아이의 생존을 위해서는 절대적이라는 증거이다.

동물들이 출산할 때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유리되어 자궁을 수축시킴으로써 분만이 촉진된다. 이뿐만 아니라 옥시토신은 새끼와 어미를 연결해 주는 화학적 고리이다. 양을 제왕절개술로 새끼를 낳게 하면 출산 직후 자기 새끼로 인정하지 않고 발로 차고 뿔로 받아서 쫓아버린다. 이때 어미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하면 새끼를 핥아주는 등 정상적인 어미의 행동을 되찾는다. 또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어머니 몸에서는 옥시토신이 유리되기 시작하고 젖꼭지가 서게 되어 아기가 젖을 빨 수 있게 된다.

모성애라는 지고지순한 감정도 결국은 뇌와 화학물질로부터 자유롭지 못한가 보다.

박종한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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