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애완견, 죽으면 쓰레기…반려동물 사체 생활쓰레기 분류

지난해 말 가족처럼 애지중지하며 기르던 애완견이 죽어 큰 슬픔에 빠진 회사원 이미영(43·가명)씨. 애완견의 장례 방법을 고민하다 국내 애완동물 사체 처리 제도에 두번 울었다.

현행법(폐기물관리법)상 애완동물 사체는 종량제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하는 게 현실이다. 병원에서 나온 동물 사체는 감염성 폐기물로 간주해 소각처리가 가능하지만 가정에서 나온 사체는 생활 쓰레기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차마 쓰레기 봉투에 버리지 못해 애완견 화장장과 납골당을 알아보던 이씨는 결국 뒷산 매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화장과 납골 비용을 합쳐 100만원 가까이 필요했다"며 "불법인 줄 잘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애완견 사체 처리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국내 애견인구가 300만 가구에 달하고 있으나 애완동물 사체를 쓰레기로 분류한 이상한 법 규정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2008년 2월 애완동물 장묘시설 합법화 이후 애완견을 화장하거나 납골당에 안치하는 길이 열렸지만 여전히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실정이다. 애완견 화장료가 사람 화장료보다 최고 5배나 비싼 데다 뼛가루를 사리나 보석처럼 납골당에 봉안하려면 비용은 더욱 치솟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완동물 화장장마저 귀해 장례를 선택한 대구경북 애견 주인들은 멀리 부산까지 오고 가야 하는 형편이다.

이상한 법 규정 때문에 마땅한 장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주변 야산에 애견 사체를 몰래 파묻는 주인들도 속출하고 있다. 사정이야 어쨌든 엄연한 불법이다. 아무 곳에나 동물 사체를 묻고 버리면 경범죄처벌법이나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다.

국내 지자체와 애견인구 사이에서는 이처럼 불합리한 애완동물 사체 처리 제도 개선을 위해 동물병원에서 화장을 전담하거나 지자체 차원의 전문화장장을 건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서울 구로구청은 지난해 8월 서울시와 환경부에 애완동물 사체 처리 법률 개정을 건의했다. 생활폐기물로 취급하는 동물사체를 지정폐기물(의료폐기물)로 분류하거나 예외조항을 둬 동물병원에서 합법적으로 소각 처리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대구산업정보대학 서승교 교수(애완동물관리과)는 지자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서 교수는 "애완동물 사체 처리는 화장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가까이에 화장장이 없고, 다른 지역 화장장을 이용하더라도 비용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작은 규모라도 애완동물 전문화장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올 상반기 법 개정을 통해 애완동물 사체 처리 대책이 나올 전망"이라며 "그러나 화장장은 혐오시설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큰 만큼 반려동물에 대한 시민 의식의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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