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작 영화 리뷰] 감성자극 3편 이번주 개봉

한국영화 삼각편대 '아바타' 독주 막아낼까

'웨딩 드레스'
'아빠가 여자를…'
'페어 러브'

이번 주 극장가도 '아바타'가 82%의 예매 점유율로 스크린을 휩쓸고, '전우치'가 선전하는 가운데 비교적 '작은 영화'들이 포진하는 전세를 유지하고 있다. 800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국내 외화 흥행 기록을 경신한 '아바타'는 외화로는 처음으로 1천만 관객을 넘보고 있다.

그 틈새를 노려 이번 주 세 편의 달콤새콤한 한국 영화가 개봉했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웨딩 드레스'(권형진 감독)와 도발적인 소재로 가족애를 그린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이광재 감독), 50대 노총각과 20대 여자의 사랑 이야기 '페어 러브'(신연식 감독)가 한국 관객의 정서를 건드리며 스크린에 걸렸다. 추운 날씨를 녹이는 따뜻하고 착한 영화들이다.

◆딸을 위한 눈물의 '웨딩 드레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싱글맘의 눈물겨운 모성애 드라마다. 남편을 일찍 보내고 홀로 딸 소라(김향기)를 키우는 고운(송윤아).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녀 앞에 불행이 닥친다. 엄마의 위암 판정. 엄마는 가슴을 치는 고통 속에서도 딸 앞에선 씩씩한 척한다. 딸에게 해주고 싶은 것은 너무 많은데 시간이 너무 없다. 그래도 엄마가 제일 잘하고, 꼭 주고 싶었던 한 가지는 고른다. 그것은 엄마가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웨딩 드레스. 결혼식을 지켜보지 못하는 대신 딸에게 줄 마지막 선물로 웨딩 드레스를 고른 고운은 아픈 몸을 이끌고 한 땀 한 땀 정성껏 드레스를 만든다.

불치병에 걸린 엄마와 어린 딸의 이별이 이야기의 중심이지만, 영화는 결코 무겁지 않게 흘러간다.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태연하게 지내는 둘의 에피소드들이 더 애끊는 슬픔을 자아낸다.

특히 어린아이답지 않게 차가운 연기를 소화해낸 소라 역 김향기의 연기가 눈물샘을 자극한다. 화장실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엄마의 모습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스스로 머리를 빗고 핀을 꽂고 등교하거나, "누가 계속 챙겨 준다고 했어?"라며 엄마가 화를 내자 "엄마가! 엄마가 계속 옆에 있어주면 되잖아!"라고 소리치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소라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다분히 신파적이지만, 감동과 함께 웃음까지 전해준다. 전체 관람가. 109분.

◆성전환 미녀 아빠의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다소 도발적인 소재의 가족애를 그린 영화. 남자였다가 성전환 수술로 여성이 된 주인공에게 대학 시절 실수로 가진 아들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과거를 완전히 뜯어 고친 손지현(이나영)은 완벽한 미모의 사진 작가. 영화 스틸 촬영과 개인전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특수분장사 준서(김지석)와의 달콤한 사랑이 무르익어 간다. 연애가 한창이던 어느 날 느닷없이 친아빠를 찾아 가출했다는 유빈(김희수)이 지현의 집을 찾아온다. '부자지간'에서 '모녀지간'으로 바뀌어 버린 운명 앞에서 지현은 일단 고모라고 둘러댄다.

7일 동안만 버텨보기로 한 지현은 아빠 변장을 시도, 세상에 둘도 없는 '미녀 아빠'가 된다. 그러나 어설픈 콧수염에 자꾸 튀어나오는 여자 말투를 가진 친아빠가 유빈은 영 수상하다. 준서 또한 의심이 커간다. 과연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까.

성전환자로서 겪을 차가운 사회적 시선보다는 그들이 가진 한계를 사랑으로 극복하고 가족의 의미를 더해주는 영화다. '국가대표'의 김지석과 '똥파리'에서 예사롭지 않은 연기를 선보인 김희수가 합세해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다. 12세 관람가. 113분.

▶50대의 뒤늦은 성장통 '페어 러브'

오십이 넘도록 연애 한 번 못해 본 형만(안성기)은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 그동안 모아둔 돈을 모두 날리고 집도 없이 사진 작업실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총각이다. 어느 날 사기를 친 친구가 혼자 남을 딸 남은(이하나)을 돌봐달라는 말을 남긴 채 죽는다. 형만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큰 아가씨가 된 친구 딸의 모습에 놀라지만 일주일 사이에 아빠와 사랑한 고양이를 잃은 아픔에 슬퍼하고 있는 남은을 가끔씩 돌봐주기로 한다.

형만의 빨래를 핑계 삼아 자주 찾으면서 남은은 형만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해 오고, 형만도 당황스럽지만 처음 느끼는 이 감정이 궁금하다. 이렇게 형만과 남은은 '아빠 친구'에서 '오빠'가 되고 둘은 남들이 보기에 이상한 데이트를 시작한다.

국민 배우 안성기의 나이를 초월한 사랑 이야기로 관심을 받는 작품이다. 안성기는 '페어 러브'의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반해버려 영화가 제작되기까지 3년을 기다렸을 만큼 영화에 애착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자칫 칙칙해 보일 수 있는 50대 남자와 20대 여자의 나이를 뛰어넘는 로맨스지만 영화는 웃음과 함께 산뜻한 청량감을 더해준다. 겨울에 보기에 제격인 영화다. 12세 관람가. 117분.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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