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극단 '소금인형의 꿈 단지' 홍승희 대표

"대구 아동극 미래는 밝아요"

17일 오후 대백프라자 5층 레오문화홀. 100여개 좌석은 아동 연극 '혹부리 영감님과 도깨비'를 관람하러 온 2, 3세부터 6, 7세의 어린이와 부모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소란스럽기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못잖았다. 극단 '소금인형의 꿈 단지'의 홍승희(36'여) 대표는 객석 정리에 바빴다. 40분 공연을 준비하는 데 10분이 넘게 시간이 걸렸고, 어린 관객들의 박수 속에 공연은 무사히 막을 내렸다.

"1990년대만 해도 아동극이나 가족 뮤지컬이 전성기를 구가했어요. 요즘은 라이선스 뮤지컬로 관객들이 많이 옮겨갔지만, 아동극의 앞날은 밝다고 봅니다."

홍 대표는 경동전문대 의상디자인과 출신으로, 극단 연인무대 소속 '레오인형극단'에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아동 인형극 한 분야에서 15년을 일하면서, 나름대로 잔뼈가 굵었다. 그는 대구 아동극의 전성기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400석 규모의 구 대백소극장에서 공연되던 가족 뮤지컬 경우 하루평균 500여명이 관람했어요. 매월 1만5천명에서 2만명이 다녀가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가 기억하는 대구 아동극의 황금기는 1999년이나 2000년까지. 대백 레오극장은 동아쇼핑 아트홀과 함께 아동극의 대표 브랜드였다. '방귀쟁이 며느리' '어린 왕자' '브레멘 음악대' '아기돼지 삼형제' 등 명작 동화가 주 레퍼토리. 그러나 IMF 외환 위기의 타격으로 상설 공연장이 한동안 없어지면서 적잖은 타격을 입었고, 지난해 하반기 신종플루로 직격탄을 맞았다. 홍 대표는 "8월에 잡혔던 1천명분의 예약이 거의 취소됐고, 11월까지 여파가 계속됐다"고 했다.

'뽀로로' '도라에몽' 등 TV 인기 애니메이션을 무대로 옮긴 '라이선스 뮤지컬'에 관객을 뺏기기도 했지만, 어린이들이 학원 때문에 바빠진 게 아동극 위축의 더 큰 원인인 것 같다고 했다. "아동극에 대한 선입견도 적잖습니다. 유명한 뮤지컬도 아니면서 관람료를 이만큼 받느냐는 얘기를 들을 때 섭섭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아동극 역시 다양한 인형과 기술,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 종합 예술이지요."

대구시에 따르면 어린이'청소년 연극의 빈도가 낮아 어린이 공연 등을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의 경우 대구 어린이 연극은 22건으로 서울 234건, 인천 100건, 부산 59건, 광주 46건, 대전 37건에 한참 뒤진다.

그러나 아동극의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대구의 경우 상설'비상설 아동극 공연장이 7,8개, 아동 대상 연극을 공연하는 극단도 4,5개에 이른다. 시도 최근 이런 어린이 공연의 부가가치를 높이 사 유치에 관심을 두고 있다. 홍 대표는 "서울 '사다리아트센터'처럼 건물 전체가 밝고, 놀이공원 느낌이 나는 아동극 전용 극장이 대구에는 없다"며 "아동 공연은 관람하러 가는 과정 전체가 즐거움이 돼야 한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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